다카이치 정부, 아베노믹스 재추진…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상승하나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5-10-27 09:51
수정 2025-10-27 09:56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의 3대 경제 대국의 재정 파탄이 좀처럼 누그러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미국마저 예산안 처리가 불발로 그치면서 셧다운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웃 일본에서도 변수가 있긴 하지만 소득세 감면에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표방하는 다카이치 사나에 정부가 출범했다.

양출 제입의 원칙상 다카이치 정부의 재정정책에서 문제되는 것은 세수보다 세출 부문이다. 토마스 피케티 공식대로 성장률(g)가 이자율(r)보다 높으면 빚내서 더 쓰더라도 재정적자와 국가부도 우려는 없다는 인식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종자로 알려진 워런 모슬러가 창시한 현대통화이론과 같은 논리다.

세수 부문에서는 지나치게 포퓰리즘적인 차원에서 구상하는 것도 문제다. 표심과 직결되는 소비세는 인상을 추진했던 아베 신조 정부와 달리 소비세 인하에 전향적이다. 국가채무가 GDP대비 270%에 도달한 여건에서 세출을 늘리는 대신 세수를 줄인다면 피게티 공식대로 성장률이 이자율을 높다 하더라도 국가부도 우려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다카이치 총리가 트럼프 대통령처럼 자신의 이익을 우선하는 재정정책을 추진하면 ‘재정적자-포퓰리즘 악순환 고리(deficit-populism deep loop)’에 처할 확률이 높다. 세계 3대 평가사는 일본의 국가채무가 높은 점을 들어 한국보다 신용등급을 낮춰왔다. 앞으로 다카이치 정부가 국가채무를 더 늘리면 신용등급은 추가적으로 강등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제 막 출범한 다카이치 총리는 미국 하버드대의 케네스 로코프 교수가 경고한 ‘삶은 개구리 증후군(boiled frog syndrome)’의 교훈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가장 좋아하는 25도 비이커에 넣은 개구리가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모르고 즐기다 보면 결국은 죽다는 것이다. 2026 예산안과 동맹국에 전가한 근린 궁립화 정책을 하루빨리 철회해야 한다는 경고다.

문제는 국가채무를 증대시키는 재정정책으로 일본 경제를 살릴 수 있을까. 이 문제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장기 저성장의 원인부터 따져볼 필요가 있다. 1990년 이후 일본 경제 잠재 성장률을 지속적으로 하락해 0.5% 내외까지 떨어졌다. 실제 성장률도 이 수준에서 맴돌아 오쿤의 법칙상 디플레 갭이 발생한 해가 많다. 총공급과 총수요 간 길항 작용이 없다는 의미다.



총공급 면에서 단순생산함수(Y=f(L,K,A), L=노동, K=자본, A=총요소생산성)를 이용해 잠재 성장 기반을 따져보면 노동 섹터는 인구절벽과 저출산?고령화가, 자본 섹터는 토빈 q 비율이 1을 밑돌아 생산성이 여전히 낮다. 총요소생산성도 정치권의 부정부패 등으로 사회간접자본(SOC)가 제도라 확충되지 않아 획기적인 구조개혁이 없으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 있다.

총수요 면에서 항목별 소득 기여도(Y=C+I+G+(X-M), Y:국민소득, C:민간 소비, I:설비투자, G:정부 지출, X-M:순수출)로 저성장의 원인을 살펴보면 일본 경제를 지탱해 왔던 양대 항목인 민간 소비와 순수출의 기여도가 회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항목인 민간 소비는 통화유통속도, 통화승수 등이 떨어지고 있어 쉽게 회복되기는 어렵다.

국민경제 3면 등가 법칙(생산=분배=지출)으로 총공급과 총수요를 연결하는 각 부문에도 병목 현상이 심하다. 생산과 분배 간에는 SOC 미확충에 따른 전후방 연관효과가 떨어져 계층 간 소득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분배와 지출 간에는 일본 국민의 높은 저축률로 절약의 역설에 걸린 지 오래됐다. 지출과 생산 면에서는 해외 누수 현상이 의외로 심각하다.

다카이치 정부가 이 난제를 풀어낼 수 있을까. 다카이치 정부 경제정책의 핵심은 아베노믹스를 재추진할 것이라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일본의 수출입 구조가 ‘마샬-러너 조건((외화표시 수출수요 가격탄력성+자국통화표시 수입수요 가격탄력성)>1)을 충족시키지 않아 큰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재추진 여건도 녹록치 않다. 추진기관인 일본 은행은 구로다 하루히코 전 BOJ 총재가 이끌었던 아베 정부 때와 달리 우에다 총재는 출구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더 우려되는 것은 저금리를 통한 달러 약세를 추진하는 트럼프 정부와의 충돌도 우려된다. 1985년 플라자 협정처럼 인위적으로 조정되지 않으면 환율전쟁이 발생하는 경우도 배제할 수 없다.

엔저 이외 다른 경제정책을 추진하더라도 일본경제처럼 저량(stock)과 유량(flow) 변수에서 성장 장애 요인을 안고 있을 때는 긴축과 부양의 성격과 관계없이 반짝 효과만 나는 캠플 주사에 그친다. 주체적인 면에서 재무부와 일본은행(BOJ), 스펙트럼 면에서 재정과 통화뿐만 아니라 환율정책에까지 해당한다.

다카이치 정부가 가장 시급한 것은 기득권을 끊어 국민지지도를 끌어올려 아오키 법칙에서 벗어나는 일이다. 아오키 법칙이란 내각과 집권당의 합친 국민 지지도가 50%를 밑돌아 좀비 국면에 처한 것을 말한다. 정책 신호에 대한 정책 수용층의 반응을 끌어올리지 않으면 어떤 정책을 추진하더라도 효과를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재정과 통화정책이 아닌 제3의 정책을 모색해야 한다. 최대 돈맥경화 변수인 저축을 소비로 유도하기 위해 ’부(負)의 저축세‘ 도입을 미뤄서는 안된다. 케인스언의 균형재정승수가 1이라는 점을 착안한 ’간지언 정책‘도 고려해야 할 때다. 산업연관표(I/O)상 병목 현상은 풀기가 어려운 점을 고려하면 더 강력한 친증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국내외환시장은 지난해 12월 이후 계엄, 탄핵, 정권 교체가 이어지는 속에 거시 금융 안정성이 떨어졌다. 이재명 정부 들어서는 대미 투자 3500억 달러에 따른 외환 수급상의 문제까지 겹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정치적 혼란이 이른 시일 내에 정리되지 않으면 이미 1420원대로 급등한 원·달러 환율이 제2 외환위기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수준까지 추가적으로 오를 수 있는 상황에 대비해 놓아야 할 때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