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 불신이 만든 실물자산 랠리, 아직 끝나지 않았다 [박문환 시선집중]

입력 2025-10-25 07:00
각국 확장 재정이 화폐 신뢰를 훼손… 부채 위기 속 자산만 살아남는다 일본·프랑스·미국 모두 재정 포퓰리즘의 함정에 빠져 있다


하나증권 박문환 이사(와우넷 파트너)는 “주가가 오르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월러 이사의 발언은 경제학자의 시선에 머문 해석”이라며 “지금의 상승장은 화폐 불신이 만든 실물 자산 랠리이며, 이미 세계는 ‘돈보다 자산’을 선택한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박 이사는 “전 세계 정치인들이 포퓰리즘에 기대어 확장 재정을 지속하고 있다”며 “그 결과 각국 부채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면서 화폐 가치가 구조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금리를 억지로 누르는 ‘일본식 통화 완화’로 대응하지만, 이는 오히려 자산 가격 급등과 빈부 격차 심화를 초래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일본의 다카이치 내각을 예로 들며 “확대 재정이 주가를 끌어올리지만, 화폐 가치를 떨어뜨려 장기 금리를 폭등시킨다”며 “이는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라, 프랑스·미국 등 주요 선진국이 공통적으로 겪는 구조적 위기”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과도한 재정 부담으로 Fitch가 신용등급을 ‘A+’로 하향했고, 미국은 국방비보다 이자비용이 더 많은 ‘역전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박 이사는 “결국, 돈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에 주식·부동산·금 등 실물자산이 전방위적으로 상승하는 ‘에브리씽 랠리(Everything Rally)’가 이어지는 것”이라며 “지금의 랠리는 단순한 과열이 아닌, 화폐 시스템 붕괴에 대한 대안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단기적으로는 AI 관련 종목군에서 조정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며 “OpenAI를 중심으로 한 엔비디아·AMD·오라클·삼성전자·SK하이닉스 간의 합종연횡은 생존을 위한 연대이지만, 성장 둔화나 데이터센터 건립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급망 전반의 급격한 조정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마지막으로 박 이사는 “지금은 ‘왜 오르나’를 묻기보다 ‘왜 돈이 신뢰를 잃었는가’를 봐야 할 때”라며 “AI·실물자산·금의 상승은 버블이 아니라, 시대가 화폐를 버리고 있는 징후”라고 결론지었다.

박문환 이사의 ‘스페셜 리포트’는 매월 2·4주차 목요일 자정, 한국경제TV 및 와우넷 유튜브 채널을 통해 시청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