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서울 전 지역을 꽁꽁 묶은 정부 부동산 대책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을 앞두고 서울 아파트값이 역대 최대 폭으로 상승하더니, 이제 전·월세 시장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건설사회부 신재근 기자 나왔습니다. 신 기자,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첫 아파트값 통계가 나왔는데 엄청나게 올랐네요.
<기자>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지난 주보다 0.5% 올랐습니다. 38주 연속 상승세이자, 주간 상승률 기준으로 지난 2012년 자료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가장 큰 상승폭입니다.
정부 부동산 대책은 15일 발표됐지만, 토지거래허가구역 시행은 20일부터였거든요. 때문에 토허제 시행 직전에 엄청난 막판 매수세가 몰린 결과로 풀이됩니다.
갭투자를 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기 때문에 그동안 규제를 받지 않았던 한강 벨트가 역대급 불장을 기록했습니다.
광진(1.29%)과 성동(1.25%), 강동(1.12%)이 1% 넘게 올랐고, 마포(0.92%)와 양천(0.92%), 영등포(0.79%), 동작(0.79%) 등도 급등했습니다.
성남 분당(1.78%)과 과천(1.48%) 등 경기 핵심 지역도 상승률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앵커>
이제 토허제가 시작되면서 당분간 매매 시장은 잠잠할 것 같은데, 문제는 전·월세 시장입니다. 불안감이 커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이미 올해 초부터 전셋값이 오르고 전세 매물도 줄어들고 있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서울 전역이 토허제로 묶인 겁니다.
이제부터는 집을 사면 모두 실거주를 해야 하다 보니 전세 물량이 줄어들 수밖에 없죠.
강력한 대출 규제로 서울엔 집을 사기가 더 어려워지면서 전세를 한 번 더 살아야 하는 실수요자들이 늘어날 텐데 전세 매물은 줄어든다는 얘기입니다.
현재 서울 전역에 올라와 있는 전세 매물은 2만5천여 건으로 작년 말(3만1,466건)과 비교해 20% 넘게 줄었습니다.
규제로 묶인 매매 시장 때문에 전세 수요는 늘어나는데 매물은 줄다 보니 전셋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습니다.
규제 후폭풍이 본격화하면서 실수요자들의 고통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직접 현장을 돌아보고 왔는데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정말 전세 구하기가 어렵습니까?
<기자>
실제로 전셋집 구하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가본 곳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우장산힐스테이트라는 아파트 단지인데, 2천 가구가 넘는 대단지인데도 현재 나와 있는 전세 매물이 단 한 건밖에 없었습니다.
중개업소에 물어보니 집주인들이 보증금 인상률을 제한한 임대차보호법 등의 영향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미 전세를 월세로 돌리고 있는거죠.
이번 10·15 대책이 나오고 전·월세 가격이 오를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우장산힐스테이트 79㎡의 경우 15층 매물이 지난 8월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00만 원에 거래됐는데, 이 달 들어 7층 매물이 보증금 2억 원, 월세 19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전세로 나온 강서힐스테이트 128㎡ 매물도 최초 10억 원에 올라왔지만, 집주인이 최근 11억 원으로 가격을 올렸습니다.
앞으로 전·월세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집주인들이 가격을 올리고 있는 거죠.
현장에서는 대책 시행 초기인 만큼 전월세 시장이 당장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면서 전세난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앵커>
규제 때문에 실수요자들이 고통을 겪게 되는 건데, 부동산 민심이 심상치 않습니다.
<기자>
정책을 설계한 정부 고위공직자들이 갭투자로 집을 여러 채 보유했다는 사실에, 돈 모아서 대출 없이 집 사라는 국토부 차관의 발언까지 나오면서 파장은 커지고 있습니다.
직접 시민들 만나봤는데 한 번 들어보시죠.
[정명교 / 직장인: 월셋값이 확실히 많이 올랐더라고요. 전셋값도 너무 올라있고. 당장 다음 달에 이사를 가야 되는데 부담이 되는 상황이긴 합니다. 대출도 나올지 안 나올지도 걱정되기도 하고요.]
[김승민(가명) / 직장인: 월세나 전세는 폭등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양극화 시대를 초래했다는 의견이 많죠.]
이번 대책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에 이어, 이제 정부와 여당 간에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 전반에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습니다.
<앵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건설사회부 신재근 기자였습니다.
영상취재: 양진성
영상편집: 조현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