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집단 사직 사태로 드러난 의료 인력 공백 이후, 지방의료 현장이 좀처럼 회복되지 못하고 있다.
수도권 대형병원 응급실에는 환자들이 몰리며 과밀화가 심화되는 반면, 지방의 중소병원들은 인력난으로 응급실 운영 자체가 어려운 곳이 잇따르고 있다. 남양주 삼성서울연합의원을 운영 중인 고상종 원장은 “언론에 비친 것보다 상황은 훨씬 심각하다”며 “지방의료의 붕괴가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응급의료의 핵심이 ‘골든타임 확보’에 있다고 강조하며, “지방에서는 그 골든타임을 지키기조차 어렵다. 이는 단순히 인력 부족 문제가 아니라, 의료 인프라 전반의 불균형이 낳은 구조적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울시는 최근 경증 환자 분산을 위해 ‘서울형 긴급치료센터(UCC, Urgent Care Clinic)’를 도입하며 외상 질환 전담 병원도 운영을 시작했다. 이에 대해 고 원장은 “서울형 UCC는 환자 분류와 중증 환자 집중 치료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모델”이라며 “문제는 서울만 가능하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도 동일한 제도가 절실하지만, 재정과 제도적 지원이 부족해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다”며 “응급의료기관에 준하는 수가 지원이 없다면 이 제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고 원장은 자신이 운영 중인 남양주 인근 일대의 현실을 예로 들었다. "이 지역 인구가 약 20만 명인데, 저희 병원에만 연간 10만 명 정도가 내원한다"며 "의원급이지만 주변에 제대로 된 종합병원이 없다 보니 사실상 병원급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남양주에 종합병원 건립이 필요하다는 주민 청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고, 2020년부터 공약으로 언급됐지만 여전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중증질환과 응급의료 분야가 가장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인구 10만 명당 1개의 UCC가 필요하며, 내과적 중증질환을 담당할 수 있는 병원급 의료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형병원으로 환자가 몰리는 현상이 지방의료 붕괴를 가속화한다고 말했다. “지금은 대부분 환자가 서울 대형병원으로 몰리지만 환자 수용에는 한계가 있다"며 "지방에서도 일정 수준의 진료와 검사가 가능해야 환자들이 굳이 서울로 가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어 "지방 의료기관이 역할을 하려면 장비, 인력, 그리고 지속 가능한 수가 체계가 뒷받침돼야 한다"며 "지역의료는 대형병원을 보조하는 하위체계가 아니라, 1차 진료와 조기 진단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의료 회복을 위한 구체적 해법으로 고상종 원장은 세 가지를 제시했다. "첫째, 지역 내 의원·병원·거점병원이 역할을 분담하는 협력 네트워크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 둘째, 응급실을 대체할 수 있는 야간·휴일 진료 기관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셋째, 노인 인구가 많은 지방의 특성을 고려한 예방 중심 의료정책이 도입돼야 한다"며, "조기 검진과 예방관리가 강화되면 응급실 부담도 줄어들며 특히 MRI, CT 등 정밀검사 인프라를 지역 단위에서 확대해야 한다"고 전했다.
고 원장은 “의료는 어느 지역에 사느냐에 따라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며 “지방의료 위기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만, 지금이 방향을 잡을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의료기관의 역할을 인정하고 실질적인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의료 인프라가 무너지면 피해는 결국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