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 예방하려 썼는데"…EU서 발암 논란

입력 2025-10-21 17:12


손소독제는 병원뿐 아니라 가정, 학교, 직장 등 일상 곳곳에서 필수품이 됐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개인 위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손소독제가 위생관리의 기본 도구로 정착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유럽연합(EU)이 손소독제의 핵심 성분인 에탄올을 발암 물질로 분류하는 방안을 검토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21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EU 산하 유럽화학물질청 (ECHA)의 한 실무그룹은 지난 10일 내부 권고안에서 에탄올을 암과 임신 합병증 위험을 높이는 유독성 물질로 지적하며 대체 물질 사용을 권고했다.

ECHA의 살생물제품 심사위원회(BPC) 는 다음 달 24~27일 회의를 열어 에탄올의 인체 유해성 여부를 논의하고 이후 EU 집행위원회가 최종 결정을 내린다. ECHA는 "전문가 위원회가 에탄올을 발암성 물질로 판단해도 실제 사용 환경에서 안전하다고 판단되거나 대체물이 없으면 일부 용도에서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보건의료계와 산업계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알렉산드라 피터스 제네바대 교수는 "병원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의료 관련 감염으로 인한 사망자는 말라리아, 결핵, 에이즈 사망자를 합친 것보다 많고, 알코올 기반 손소독제로 매년 전 세계 1,600만 건의 감염을 예방한다"고 강조했다.

에탄올 대체 물질로는 이소프로판올이 주로 거론된다. 그러나 피터스 교수는 이소프로판올이 "독성이 더 강하다"고 지적하며, "손소독제가 없으면 간호사들이 수술 중 매시간 30분 이상 손 씻기에 시간을 할애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탄올은 술의 주성분으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다만 이는 음주로 인한 체내 발암 위험에 한정된 것이다. 손소독제에 쓰이는 에탄올은 피부 외용제로 사용돼 노출 방식이 다르며 관련 연구도 상대적으로 적다.

국제비누·세제·청소용품협회(AISDMP) EU 사무국장 니콜 베이니는 "ECHA의 검토가 음주 데이터를 근거로 한다면, 손소독제 같은 외용 제품에 적용하기는 과학적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ECHA는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업계는 에탄올이 유해 물질로 지정될 경우 행정 부담과 비용 증가를 우려하고 있다. 또 ECHA가 올해 초 이해관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공개 의견수렴에는 약 300건 의견이 접수됐으며 대부분이 반대 입장이었다.

니콜 베이니 국장은 "예외 허가는 최대 5년 한시적이며 개별 심사로 행정 지연과 비용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