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對中 100% 추가관세’…나스닥, 6개월 만에 최악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5-10-11 08:11
수정 2025-10-11 21:16
중국 희토류 수출통제에 즉각 보복
11월 1일부터 100% 추가 관세 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중국산 수입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깜짝 발표하면서 뉴욕 증시는 일제히 폭락했다. S&P500지수는 2.7% 급락해 지난 4월 이후 6개월 만에 최악의 하루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국이 세계를 포로로 삼는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2주 후 한국에서 열리는 APEC에서 시진핑 주석을 만날 예정이었지만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미국으로 들어오는 중국산 제품에 대규모 관세를 인상하고, 심각하게 다른 대응책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협상에 기대를 하던 뉴욕 금융 시장은 이러한 발언을 시작으로 급격한 조정을 받아 오후 내내 하락폭을 키웠다.

트럼프 대통령은 장 마감 이후 별도의 글을 다시 올려 ”중국이 전 세계에 극도로 적대적인 서한을 보내 거의 모든 제품에 대규모 수출 통제를 가할 것이라는 사실을 방금 알게 됐다"며 "11월 1일부터 중국에 100%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한 "모든 핵심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출 통제도 같은 날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는 중국 상무부가 전날(9일) 희토류 수출통제를 대폭 강화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은 홀뮴, 에르븀, 툴륨, 유로퓸, 이터븀 등 5개 희토류 원소를 추가로 수출 통제 대상에 포함하는 등 전체 17개 희토류 중 12개를 규제 대상으로 삼았다.

또한 중국은 이번 조치에서 외국 직접 생산 규칙을 처음으로 적용했다. 이는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포함되거나 중국 기술로 생산된 제품의 수출도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한 것으로,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 전체를 통제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새로운 규정은 12월 1일부터 발효된다.

미국의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시점과 중국의 희토류 규제 조치는 모두 이달 말 우리나라 경주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담 이후에 발효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백악관에서 진행된 약가 인하 행정명령 발표 후 기자회견에서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취소하지 않았다”며 회동할 지 여부는 아직 모른다며 여지를 남겼다.



● 개장 직후 신고가 쓴 엔비디아도 -4.89% 마감…나스닥, 4월 악몽 재연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지수는 182.6포인트, 2.71% 급락한 6,553.09로, 나스닥 종합지수는 820.19포인트, 3.56% 폭락한 2만 2,204.43으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879.35포인트, 1.9% 하락한 44,976.19에 마감했고,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100 지수도 3.5% 내리는 등 시장은 크게 위축된 움직임을 보였다.

S&P500지수의 이번 하락으로 하루 만에 약 1조5600억 달러(약 2경원)의 시가총액이 증발했다. 이는 지난 4월 이후 가장 큰 낙폭이다. 다우지수와 S&P500, 나스닥 모두 10월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장중 사상 최고가를 돌파해 시가총액 4조 7천억 달러선을 오가던 엔비디아도 4.89% 급락하며 하루 만에 시총 3천억 달러가 사라졌다.

암호화폐 시장도 위험자산 회피 심리가 극에 달하며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11만 달러 선이 무너졌고, 이더리움도 7% 이상 하락했다. 리플 등 나머지 자산들은 한때 두 자릿수 하락을 보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빠르게 낙폭을 회복했다.

마이클 오루크 존스트레이딩 수석 시장전략가는 "이번 매도세는 더 큰 조정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며 "여름 내내 탐욕이 공포를 압도했던 미국 주식시장의 높은 안주 수준은 투자자들을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진단했다.

● 희토류, 반도체, 선박 수수료 보복…미중 화해 Vs. 무역전쟁 전면전 교차

미국과 중국 정부는 양국간 정상 회담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상대를 압박해왔다.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4월 중국산 선박용 크레인과 기타 화물처리 장비에 100%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며, 이는 10월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중국도 이에 대응해 미국산 선박에 대한 항만 수수료를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기로 했다. 또한 이날 오전 중국 국영매체 등에서 퀄컴이 이스라엘 반도체 스타트업 인수 시점에 반독점범을 위반해 조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더해지며 시장 심리를 끌어내렸다.

전직 미 무역협상대표인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정책연구소 수석부소장은 "이번 공방은 양국 관계의 취약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정상회담 전까지 냉정한 판단이 우세해져 긴장이 완화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고대로 100% 추가 관세가 시행될 경우, 중국산 제품에 대한 실효 관세율은 현행 30~40%에서 130%까지 치솟게 된다. 지난 5월 미중 양국이 고율의 관세를 각각 내리기로 하면서 당시 중국은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125%에서 10%로, 미국은 중국산 제품 관세를 145%에서 30%로 각각 낮춘 바 있다.

이런 가운데 미 대법원은 11월 초 트럼프 행정부의 포괄적인 '상호 관세' 정책에 대한 헌법적 도전을 심리할 예정이다. 무역 전문가들은 대법원의 판결이 미중 무역전쟁의 향방을 결정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 차기 연준 의장 후보 5명..월러 이사 "노동시장 방어 위해 금리 내려야"

혼란이 가중되는 가운데 시장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움직임에 주목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10일 CNBC 인터뷰에서 "여전히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믿지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날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금리 인하를 옹호했던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와 함께 비둘기파적인 입장에 힘을 실었다.

월러 이사는 "지난 몇 달간 고용 성장은 아마도 마이너스였을 것"이라며 "관세 영향은 일시적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물가보다 고용 시장에 더 집중하고 있다"며 향후 무역 갈등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충격이 커질 경우 연준이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겼다.

연준 내 매파로 불리던 알베르토 무살렘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같은 날 "노동시장 약화에 대비한 추가적인 보험으로서 금리 인하 가능성에 열린 마음"이라고 말했다.

무살렘 총재는 "현재 인플레이션의 약 10%만이 관세 때문"이라며 근원적인 물가 압력은 다른 곳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연준이 무역전쟁으로 인한 일시적 물가 상승에 얽매이지 않고, 고용 안정이라는 목표를 위해 금리를 인하할 여력이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연준은 오는 10월 28~29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또 한 번의 '보험성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CME그룹에서 집계한 페드워치(FedWatch) 기준 이달 금리 인하 확률은 약 93%에 이른다. 지난 9월 연준은 기준금리를 25bp(1bp=0.01%포인트) 인하해 4.00~4.25% 범위로 낮춘 바 있다.

한편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은 최근 차기 연준 의장 후보군을 11명에서 5명으로 압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종 후보 명단에는 월러 이사를 비롯해 미셸 보우먼 연준 은행감독 부의장, 케빈 해셋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케빈 워시 전 연준 이사, 릭 리더 블랙록 채권 최고투자책임자(CIO) 등이 포함됐다.

베센트 장관은 미 경제방송과 인터뷰에서 "열린 마음을 가지고 과거가 아닌 미래를 보는 사람"을 찾고 있다면서 연준의 운영 행태와 양적완화 정책 등 기존 관행과 얽매이지 않는 인물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밝혀왔다.

베선트 장관은 백악관, 재무부 주요 인사들과 내달 2차 면접을 진행한 뒤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종 명단을 제출할 예정이다. 새로운 이사가 지명되면 14년의 임기를 받게 되고, 내년 5월 임기 만료인 제롬 파월 현 의장의 자리를 대체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