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시간 8일 뉴욕 증시는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의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불거진 'AI 버블론'을 정면으로 반박하면서 기술주 중심의 랠리를 펼쳤다. 젠슨 황 CEO는 이날 미 경제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2000년대 닷컴 버블과 근본적으로 다르다"며 "새로운 산업혁명의 시작"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종합지수는 젠슨 황의 이러한 발언으로 전날보다 약 255포인트(1.12%) 급등한 23,043.37선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1.20포인트 하락한 46,601.78으로 보합권이었지만, S&P500 지수가 39.13포인트(0.58%) 오른 6,753.72로 장중 최고치를 다시 썼고, 중소형주 중심의 러셀 2000 지수도 1.04% 상승 마감했다.
젠슨 황 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의 AI 투자가 '자전 거래'로 인한 거품이라는 지적에 대해 "2000년 당시 인터넷 기업 전체 가치를 합쳐도 400억 달러 수준이었지만, 지금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하이퍼스케일러들은 이미 2.5조 달러 규모의 실존 사업을 운영 중"이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수조 달러 규모의 거대한 전환기에 막 수천억 달러를 투입했을 뿐"이라며, 지금은 버블이 아닌 거대한 AI 성장의 초기에 불과하다고 역설했다.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옹호도 이어졌다. 월가에서 제기된 순환식 자금 조달, 자전 거래 의혹은 엔비디아가 오픈AI, 코어위브 등 AI 스타트업에 거액을 투자하면, 해당 기업들이 그 투자금으로 다시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를 구매하거나 오라클 등과 대형 계약을 맺는 구조로 실제 창출할 수 있는 이익이 부풀려질 수 있다는 우려를 담고 있다.
미 대형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등 일부 기관들은 이러한 방식이 엔비디아의 매출을 인위적으로 부풀릴 수 있으며, 2000년대 닷컴 버블 당시 통신장비 업체들의 벤더 파이낸싱과 유사하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하지만 젠슨 황 최고경영자는 이러한 투자가 단순한 매출 만들기가 아닌, AI 생태계 전체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강조했다.
황 최고경영자는 일론 머스크의 xAI가 추진하고 있는 200억 달러 자금 조달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것과 관련해 "더 많이 투자하지 못한 것이 유일한 후회"라고 밝히며 산업 전반에 대한 신뢰를 보였다. 또한 AI 데이터센터 운영사 코어위브에 대해서도 "최근에 한 정말 멋진 투자 중 하나"라며 생태계 유지에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엔비아는 코어위브의 지분 7%를 보유하고 있으며, 63억 달러 규모의 클라우드 용량 구매 약정을 맺는 등 깊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전날 정보기술 산업 전문 매체인 더 인포메이션지가 마진 약화를 지적한 오라클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젠슨 황은 초기에 어려울 수 있지만, “시스템의 수명 주기 동안 놀라운 수익성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발언으로 이날 오라클은 1%대 회복세를 기록했다.
시장은 장기화 조짐을 보이는 연방정부 셧다운과 같은 정치적 불확실성보다는 AI 산업의 구조적 성장을 바탕으로 한 기업 가치 상승에 더 집중하고 있다. 이번 주 오픈AI와의 대규모 공급 계약과 지분 투자 등으로 엔비디아에게는 경쟁사로 떠오른 AMD는 이날 11%, 이번 주 43% 급등했다. 젠슨 황 CEO는 해당 거래로 인해 10%의 지분을 오픈AI가 확보한 것을 두고 “놀라웠지만, 독특하고 영리하다”면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개별 종목 가운데 온라인 디자인툴 업체인 피그마는 이번 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의 챗GPT와의 통합 언급과 젠슨 황 최고경영자의 AI 버블 반박 발언 등의 여파로 이날 16.8% 뛰었다. 우주 산업과 관련한 로켓랩이 6.18%로 7거래일 연속 강세를 보였고, AST스페이스모바일은 미 대형 통신사 버라이즌과 위성 통신 서비스 제휴로 8.6%가량 뛰었다. 반면 조비 에비에이션은 5억 달러 상당의 자금 조달을 위한 유상증자 발표로 8% 하락했고, 제프리스 파이낸셜은 차량 부품 업체인 퍼스트 프랜즈 파산으로 인한 채권 손실 등의 우려로 7.8% 급락했다.
● 추가 인하 밝힌 FOMC 위원들…국제 금 가격은 4천달러선 돌파
이날 오후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지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은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9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대부분의 참석자는 올해 남은 기간 동안 추가적인 통화 완화가 적절할 것”이라는 의견을 담고 있다. 지난 달 금리 인하의 배경인 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에 대해서는 일부 완만하지만, 급격한 위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를 살렸지만, 이번 의사록은 각 의원들간의 이견을 그대로 노출하기도 했다. 과반수의 위원들이 관세 영향으로 인한 불확실성을 감안해 여전히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를 우려하고 있으며, 일부는 금리 동결을 지지할 수도 있었다는 의견을 냈다. 스티븐 마이런 이사로 추정되는 한 명의 위원만 50bp(1bp=0.01%p) 인하를 주장했을 뿐이다.
국채 시장은 이러한 연준의 조심스러운 비둘기파 입장을 소화하는 동시에, 390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 입찰 결과를 반영해 소폭 상승했다. 이날 국채 경매는 응찰률 부진과 일본 등 해외 간접 입찰 비중이 67%를 밑돌았다.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4.129%로 올라섰고, 달러 인덱스도 런던 ICE선물 시장에서 0.29% 올라 98.86을 기록했다.
8일째에 접어든 미국의 연방정부 셧다운은 지난 2018년 말부터 2019년 초까지 이어진 35일간의 셧다운 이후 역대 최장 기록을 세웠다. 미 상원은 이날 공화당과 민주당에서 내놓은 임시 예산안을 모두 부결시키며 합의점을 찾는데 실패했다. 사태가 길어지면서 약 25만 명의 연방정부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했고, 연방항공청을 비롯해 공항 관세, 입국 관리 직원 등이 업무를 쉬면서 물류 차질 우려를 키우고 있다.
이러한 여파와 미국 부채 문제, 금리 인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금값은 연일 가격을 갈아치우고 있다. 국제 금가격은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 4,069달러선에서 거래됐다. 트럼프 정부 출범 영향으로 올해 초 트로이온스당 3천 달러를 넘어선 뒤 불과 반년 만에 새로운 기록이다.
골드만삭스와 UBS 등 주요 투자은행들은 중앙은행들의 지속적인 금 매입과 ETF 자금 유입을 근거로 금값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말 금값이 4,900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 가격의 상승으로 인해 은 현물 가격도 이날 오후 한때 트로이 온스당 49.55달러까지 치솟으며 1980년 이후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