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조 투자에도 관세·단속…"고통스러운 오판"

입력 2025-10-08 18:59


현대차그룹이 미국에 수십조 원 규모의 투자를 약속하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매력 공세를 펼쳤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은 냉담하다는 외신의 분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7일(현지시간) 현대차가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자 취임식에 100만달러(약 14억원)를 기부했고, 올해 3월에는 2028년까지 210억달러(약 29조9,145억원) 규모의 대미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며 이같이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불확실한 무역 정책에 대응하고 미국 시장 내 입지를 강화하려는 의도였지만, 지금까지는 "고통스러운 오판"으로 드러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25% 자동차 관세를 피하지 못했고, 지난달에는 조지아주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한국인 300여명이 미국 이민당국에 체포됐다가 석방됐다.

WSJ은 이 단속을 "지난 1년간 트럼프 대통령의 환심을 사기 위해 애쓴 현대차의 노력에 성과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결말"이라고 평가했다.

WSJ은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들을 인용해 현대차가 이민 단속 이후에도 260억달러(약 37조422억원) 규모의 미국 내 투자와 생산 확대를 재차 공언하는 등 지나치게 열의를 보이면서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력 약화를 우려한 한국 정부의 질책을 받았다고 했다. 다만 대통령실은 이에 대한 논평을 거부했다.

WSJ은 현대차가 어려운 환경에도 미국 투자를 늘리는 이유로 중국 시장의 급격한 쇠퇴를 꼽았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에) 미국 시장이 너무 중요해서 포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