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카고서 이민단속 중 총격...시위 '들불'

입력 2025-10-05 18:57


미국 연방정부 이민 단속 요원이 시카고에서 미국 시민권자에게 총을 쏴 다치게 하는 일이 벌어지자 이민 단속 반발 시위가 더 거세졌다.

4일(현지시간) 오전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서 이민 단속을 하던 연방 요원이 미국 시민권을 보유한 한 운전자에게 총을 발포했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이 보도했다.

다친 운전자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로 알려졌다.

미 국토안보부는 "반자동 권총으로 무장한 여성 운전자가 법 집행 차량을 들이받고 가로막자 연방 요원이 그 여성을 향해 발포했다"고 밝혔다.

국토안보부는 이 여성이 병원에서 퇴원 후 연방수사국(FBI) 구금 상태라며 그녀의 이름이 마리마르 마르티네스라고 밝혔다. 또 앤서니 이언 산토스 루이스라는 다른 차량 운전자도 충돌에 가담해 체포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루이스의 어머니 엘리자베스 루이스는 "아들이 아침에 전화를 걸어 연방 요원들이 차를 들이받고 총을 쏘고 있다고 했다"며 "현장에 달려갔을 때 요원이 아들을 붙잡으며 체포한다고 했지만, 이유를 묻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한편 이 소식이 전해지자 이민 단속에 항의하는 시위는 더 거세졌다. 사건이 발생한 시카고 남서부 지역에는 이날 수백명이 이민 단속 강화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였다.

최근 시카고에서는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은 이 사실을 비난하며 거리에서 순찰 중인 ICE 요원들에게 소리치거나 요원 차량을 막아섰다.

연방 요원들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페퍼볼(매운 분말을 담은 고무 또는 플라스틱 공)을 발사했고, 경찰 수십명이 연방 요원들과 시위대 사이에 인간 방벽을 만들었다.

현지 주민 파비안 시에라(51)는 NYT에 "연방 요원이 총을 쐈다는 얘기를 듣고 바로 현장으로 왔다"며 "합법적으로 체류 중이지만 나도 두렵고, 내 사람들과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 이웃들이 ICE 체포를 두려워해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상점들도 문을 닫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카고에 주방위군을 투입하기 직전 총격 사건이 일어났다. 트럼프 대통령은 범죄 단속 강화를 내세워 민주당 지지 성향의 로스앤젤레스, 워싱턴DC, 멤피스에 주방위군을 투입해왔다.

시카고가 속한 일리노이주의 민주당 소속 J. B. 프리츠커 주지사는 이날 "연방 정부가 주지사 의사와 관계없이 주방위군 300명을 연방화할 계획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백악관도 이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주방위군은 주지사에게 지휘권이 있지만, 유사시 대통령이 지휘할 수 있다.

연방 당국은 "이 병력은 시카고 교외 브로드뷰에 있는 ICE 시설을 보호하려는 목적"이라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