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생산금융' 물꼬...임종룡 "80조 원 투입"

입력 2025-09-29 17:40
수정 2025-09-29 18:33

요즘 금융권의 최대 화두는 ‘생산적 금융’입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시중 자금의 물꼬를 기업금융과 모험자본 쪽으로 틀자는 것인데요.

우리금융은 오늘 임종룡 회장이 직접 나서 “생산적·포용금융에 향후 5년간 80조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 보겠습니다.

김 기자. 5년간 80조, 상당히 어마어마한데요. 구체적으로 어떻게 지원하겠다는 겁니까.


크게 두 갈래입니다.

우리금융은 △혁신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는 생산적 금융에 73조원, 그리고 △새희망홀씨 등 서민금융대출 공급 확대를 포함한 포용금융에 7조원을 지원한다는 계획입니다.

특히 생산적 금융과 관련해선 정부가 주도하는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 그룹 자체 투자에 7조원, 기업 대출 공급에 56조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여기서 국민성장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각각 75조원씩 자금을 조성해서 향후 5년간 AI(인공지능)·바이오·로봇·반도체 등 첨단전략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를 말하는데요.

금융권에서는 처음으로, 우리금융이 국민성장펀드에 10조원을 투입하겠다고 손을 든 겁니다.

우리금융은 또 우리은행에 전담 조직인 생산적금융부를 신설하고, 현재 50%에 이르는 기업대출 비중을 60%까지 늘려나가겠다고 밝혔는데요.

임종룡 회장은 “첨단전략산업 금융협의회를 정례적으로 열어서, 그룹 차원에서 앞으로의 진행상황을 직접 챙기겠다”고 말했습니다.

직접 들어보시죠.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35분 2초 회장인 제가 자회사 대표들 참여 하에 (첨단전략산업금융) 협의회를 정례적으로 이끌겠습니다. 프로젝트를 얼마나 진척을 시켰는지 이런 것들을 면밀히 점검해서 그룹 차원에서 역할과 책임 다할 수 있도록…]


금융권이 발빠르게 정부 기조에 맞춰 움직이는 모습인데요.

다른 곳들은 어떻습니까?


비슷합니다.

KB금융의 경우에는 오는 30일 계열사 주요 경영진이 참여하는 생산적금융 협의회를 출범하고, 그룹 차원에서 혁신기업 투자 전략 수립, 구체적인 추진방안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입니다.

대대적인 조직 재정비도 예고했는데요.

올해 말 계열사 내 부동산금융 관련 영업조직은 축소하고 기업ㆍ인프라금융 조직은 확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핵심계열사인 은행에는 첨단전략산업 심사와 금융지원을 전담할 조직을 따로 만들고 있는데요.

현재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iM뱅크 등이 관련 조직 신설을 예고했고요.

특히 신한은행은 첨단 소재부품과 신재생에너지 분야 리서치, 심사지원 인력 신규 채용까지 나서며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입니다.


사실 혁신기업의 기술력 가치를 산정하는 게 워낙 어렵다보니, 그동안 은행권에서는 부동산이나 보증서 담보대출에 치중해 왔었는데요.

이런 분위기라면 기업들 입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한층 더 수월해질 것 같습니다.


네, 이재명 대통령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대전환을 강조하고 나서면서, 이미 은행권 기술신용대출의 경우에는 잔액이 눈에 띄게 늘고 있습니다.

기술신용대출은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의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평가해서 자금을 빌려주는 대출을 말하는데요.

은행들로서는 기업의 기술력 가치 산정이나 대출 회수 가능성 측정이 워낙 어렵다보니 그동안 이러한 대출을 적극적으로 취급하는 데 다소 부담을 느껴왔습니다.

하지만 지난달 들어서 은행권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전달대비 2조 넘게 늘어난 311조 963억원을 기록하며, 올 들어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고요.

건수로 보더라도 지난달 말 기준 69만1184건으로, 전월대비 3754건 늘며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나타냈습니다.

지금과 같은 분위기라면 기술신용대출은 물론이고 금융권 직간접 투자, 국민성장펀드 투자 등 자금조달 창구도 한층 더 다양해져서 기업의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그런데 요즘 기업들 사정이 좋지 않다보니 금융권 부담도 적지 않을 것 같거든요. 어떻습니까?


RWA 위험가중치 완화로 벤처기업 지분 투자나 정책펀드 투자 시 위험가중치가 일부 낮아지긴 했지만 기업대출의 경우에는 연체율 관리가 부담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기술신용대출은 자금력이 부족한 벤처ㆍ중소기업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경기침체 영향을 크게 받고 있는데요

지식재산권, IP담보대출의 경우 부실률이 지난해부터 뛰기 시작해 올 들어선 4%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오늘 은행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가 최근 은행권 자본규제를 개선한 만큼, 은행권도 취지에 걸맞게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는데요.

생산적금융으로의 체질 개선과 건전성을 모두 잡아야 하는 상황에서 얼마나 균형을 잘 찾아가느냐가 향후 은행권 과제가 될 전망입니다.


경제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