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일본에 이어 유럽연합(EU)산 자동차 관세 인하를 시행합니다. 여전히 고율의 관세를 내고 있는 우리나라는 대미 자동차 수출이 점점 줄고 있습니다.
당장 현대자동차그룹의 미 수출 선박이 반토막 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유럽과 중국에서 반전을 모색하고 있지만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이 것부터 점검하죠. 경쟁 국가들이 미국으로부터 속속 관세인하를 적용받고 있는데 그 대가로 어떤 걸 내준 겁니까?
미국이 유럽연합산 자동차에 일본과 같은 15% 관세를 부과했습니다.
합의 내용을 살펴보면 그 대가로 유럽연합은 오는 2028년까지 ‘유럽기업’을 통해 미국에 6,000억 달러 투자할 것이 기대된다는 문구가 있고요.
유럽으로 들어오는 미국산 공산품에 대한 관세를 철폐하고 미국산 농·해산물에 특혜를 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본의 경우는 5,500억 달러 투자를 약속 했는데 투자 주체가 일본기업이 아니라 ‘일본’입니다. 또 미국산 에너지와 농산물 구매 확대를 약속했습니다.
시행 시점은 일본이 더 빨랐는데 소급 적용시점은 유럽이 8월 1일, 일본은 8월 7일로 명시되면서 실질적으로는 유럽이 더 빨리 적용받게 됐습니다.
누가 먼저냐 간에 현대차는 25% 관세를 적용 받고 있는 반면 토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경쟁기업들은 15% 관세를 적용받게 됐습니다.
현대차그룹이 사실상 대미 투자 협상의 볼모로 잡힌 상황인데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평택항에서 미국으로 출항하는 기아 수출 선박이 일주일에 서너 번은 기본으로 스케줄이 있었는데 최근 한두 번 수준으로 줄어든 것으로 전해집니다.
울산항이나 인천항에서 나가는 현대차그룹의 다른 수출 선박도 대동소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생산에도 영향이 있습니다. 전기차를 생산하는 현대차 울산 1공장 2라인은 오는 29일, 30일 이틀간 휴업하는데요. 올해만 7번째 휴업입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관세 인하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하고 있다” 말했습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일본과 유럽 등 경쟁국과 10%포인트 차이 나는 관세부담이 장기화되면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진단합니다.
앞서 사례를 고려하면 한미 정부 간 대미 투자와 관세 관련 최종 합의 시 현대차그룹은 소급적용을 통해 추가 납부한 관세를 일부 환급받을 수 있을 텐데요.
EU와 일본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을 기점으로 한 달 정도의 기간을 소급적용 받았습니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올해 안에 자동차 관세 인하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진단도 나옵니다.
현대차그룹 차원에서의 자구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우선 내년부터 메타플랜트에서 제네시스를 비롯해 현대차그룹 전 차종 생산이 가능하도록 준비중입니다.
현대차 앨라바마 공장의 경우 지어진지 20년이 됐는데 생산 효율화를 거쳐 현재 35만대 생산능력을 40만대까지 늘릴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론 미국 수요의 80%를 현지 생산한다는 목표입니다.
최근 현대차그룹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호세 무뇨스 사장의 발언 통해서 전체적인 전략 방향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미국 시장에서는 25% 관세를 기본 가정으로 놓고 올해 매출 목표를 기존 3.0~4.0%에서 5.0~6.0%로 2%포인트 상향했습니다. 반면 영업이익률은 기존 7.0~8.0%에서 6.0~7.0%로 1%포인트 낮췄습니다.
차 값은 연식변경 등을 통해서만 인상한다는 방침입니다. 관세에 따른 비용 증가는 다른 분야에서의 원가절감으로 상쇄한다는 계획입니다.
정리하면 이익률은 줄더라도 많이 팔아서 전체적인 이익의 크기는 지키겠다는 박리다매 전략입니다.
한편 현대차 관계자는 "다음주 미국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단을 앞두고 막바지 수요 몰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미국 관세로 다른 시장의 중요성이 더 커졌는데 어떻게 공략한다는 방침인가요?
호세 무뇨스 사장은 오는 2030년까지 유럽40%, 인도 40%, 아태 70% 중국 150% 판매 성장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유럽의 경우 전기차를 중심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무뇨스 사장은 "유럽에서는 친환경 규제를 충족할 수 있는 회사만 수익을 낼 수 있는데 현대차는 유럽에서 가장 수익성 높은 회사 중 하나"라고 언급했습니다.
한한령과 자국 업체 약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했던 중국 시장에서는 전용 전기차 일렉시오 출시를 예고하며 반등 모색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에서 11월 고객 인도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무뇨스 사장은 중국 시장에 아이오닉을 출시하지 않은 것은 명백한 실수라고 평가했는데요. 조만간 중국 수출을 기대해볼 수 있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