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통은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하는 흔한 증상이다.
피로가 쌓였거나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혹은 수면이 부족할 때 쉽게 찾아오곤 한다.
하지만 단순히 생활 습관에서 비롯된 가벼운 통증으로만 치부하기에는 두통의 양상이 매우 다양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뇌혈관 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인천나누리병원 신경과 이빛나 과장은 “대부분의 두통은 양성인 일차성 두통이지만, 일부는 뚜렷한 원인 질환이 숨어 있는 이차성 두통으로 나타난다”며 “특히 뇌졸중이나 뇌종양처럼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과 연관될 수 있어 증상에 따라 조기 진단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통은 크게 원인이 불분명한 일차성과, 특정 질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이차성으로 나뉜다.
일차성 두통에는 편두통이나 긴장형 두통, 군발두통, 원발찌름두통처럼 일상생활에서 자주 나타나는 형태가 많다.
뇌에 특별한 이상이 없는 경우로, 진통제나 근육 이완, 또는 휴식 등으로 호전될 수 있다.
반면 이차성 두통은 뇌수막염, 뇌종양, 뇌졸중, 약물과용두통, 외상 등과 관련되며, 단순 통증을 넘어 신경학적 이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문제는 환자 입장에서 두 가지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따라서 두통이 평소와 달리 갑자기 극심하게 발생하거나, 열·어지럼증·구토가 동반될 때, 또는 수면 중이나 아침에 깨자마자 두통이 시작된다면 반드시 경계해야 한다.
기침이나 배변, 성관계 후 두통이 심해지거나 갑자기 눈 주위나 턱에 통증이 발생할 때, 특히 50세 이상의 나이대에서 2주 이상 두통이 지속된다면 전문 의료진을 찾아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좋다.
이 과장은 “특히 벼락 치듯 찾아오는 두통은 뇌출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즉시 검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뇌 MRI 영상검사와 뇌혈류초음파 검사가 활용된다.
뇌 MRI는 CT보다 해상도가 높아 뇌 조직과 혈관의 세밀한 변화를 파악할 수 있으며, 뇌혈류 초음파 검사는 뇌혈관 속 흐르는 혈류속도를 측정해 뇌졸중이나 혈관 장애, 어지럼증 평가 등을 확인한다.
이를 통해 두통의 원인이 단순한 긴장성 통증인지, 심각한 뇌질환의 신호인지를 구분할 수 있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달라진다. 편두통 같은 일차성 두통은 최신 표적치료제인 앰겔러티(galcanezumab)이나 아조비(fremanezumab), 또는 보톡스를 활용한 예방치료가 효과적이다.
엠겔러티는 칼시토닌유전자연관펩티드(CGRP)를 표적으로 하는 편두통 예방 치료제로, 건강보험 적용대상 약제 목록에 등록되어 있다.
CGRP는 편두통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엠겔러티는 CGRP 분자에 결합해 CGRP와 수용체의 결합을 차단하는 방식으로 편두통을 예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조비는 현재 국내 편두통 적응증으로 허가받은 약물 중 유일하게 분기별 투여가 가능해 1년에 단 4일만 사용해도 되는 항-CGRP 치료제다.
최근 소아청소년까지 적용 범위가 확대되었다.
보톡스 주사치료는 삼차신경 분포 부위(이마·관자놀이·어깨 등)에 주사해 통증을 유발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하는 원리다.
또 경추성 두통이나 후두신경통에는 신경차단술이 시행되기도 한다. 후두신경차단술은 후두신경 주변에 국소마취제나 스테로이드를 주사해 신경 흥분을 차단하는 시술이다.
시술 시간이 짧고 회복이 빠르며 편두통뿐 아니라 후두신경통·군발두통 등에도 적용 가능하며 급성기 통증 완화에도 효과적이다.
그러나 이차성 두통은 반드시 근본 원인 질환의 치료가 병행돼야 할 필요가 있다.
인천나누리병원 신경과 이빛나 과장은 “두통은 흔하기 때문에 방치하기 쉽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위험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특히 새롭게 나타나는 양상이나 점차 심해지는 통증은 뇌혈관 질환의 전조일 수 있으므로 전문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