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보잉, 스타벅스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본사를 둔, 태평양과 인접한 항구 도시 미국 시애틀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아마존, MS 등 글로벌 기업이 주도한 '기술 붐'이 이들의 해고 사태라는 '부메랑'을 맞으면서 미 북서부에서 가장 큰 도시에 심각한 타격을 주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인공지능(AI) 서비스의 실용화가 속도를 내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광범위한 해고가 잇따르고 있다. AI 열풍 속에서 기업이 소프트웨어 개발인력을 대거 채용했지만, 정작 이들이 개발한 서비스가 본격 활용되자 대량해고가 시작되고 있는 것이다.
MS는 이달 초 전 세계 직원 4%에 해당하는 9,000명에게 해고를 통보했다. MS의 대규모 감원은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다. MS는 지난 1월 저성과자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약 1%를 감원했고, 5월에는 6,000명 이상을 줄였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2022년부터 2만7,000명 넘는 인력을 잘라냈다. 올해 1월에도 북미 스토어 부문에서 200명을 감원했고 5월엔 기기 및 서비스 부문에서 100명을 줄였다. 아마존의 클라우드 부문 자회사 아마존웹서비스(AWS)도 최근 직원 수백명을 감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애틀에 기반을 둔 이들 기업뿐 아니라 '신의 직장'으로 알려진 구글이 지난해 1만2,000명을 해고했고, 메타는 지난 2월 전 직원의 5%인 3,600명을 해고하는 등 AI발 일자리 충격은 현재진행형이다.
시애틀은 아마존과 MS발 해고 충격이 소매업, 음식점, 부동산 업계 등 산업 전반에 도미노로 타격을 주고 있다.
월스트리저널(WSJ)은 "기술 분야 고용 감소는 시애틀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며 선순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며 "인기 지역의 소매 및 식당 지출이 줄었고 호황기에 지어진 사무실이 비어있는 상업용 부동산 공실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아마존과 MS가 보잉과 함께 시애틀이 있는 워싱턴주의 최대 민간 고용주라는 점에 주목하면서, "지난 몇 년간 기술 기업들이 채용에서 감원으로 전환한 도시가 시애틀만은 아니지만 시애틀의 경우 두 기업에 얼마나 의존했는가를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실제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 CBRE에 따르면 시애틀 지역은 소프트웨어 개발자 및 기타 기술 종사자 고용 비율이 샌프란시스코에 이어 2위다.
이같은 영향에 올 상반기 시애틀 전체 16%에 해당하는 약 450개 식당이 문을 닫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고된 IT 종사자들은 경기 침체를 버텨내기 위해 창업을 하거나 다른 산업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데, 이들 중 일부는 MS 근무를 작성한 이력서를 들고 '바리스타' 채용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고 한다.
2012년부터 본격화된 시애틀 기술 산업의 발전이 팬데믹 기간까지 이어지며 폭발한 부동산 시장 급등도 추세 전환이 감지된다.
노스웨스트 멀티플 리스팅 서비스(NWMLS)에 따르면 시애틀이 포함된 킹 카운티에서 주택 매물이 시장에 머무는 평균 일수는 2022년 이후 두 배로 늘었으며, 8월 시장에 나와 있는 매물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워싱턴주 커클랜드 교외에서 일하는 부동산 중개인 크리스티 로버츠는 WSJ에 "기술 업계 고객들이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까 봐 지금 집을 팔고 있다"며 "그들은 집이 시장에 오래 머무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