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세력 미는 트럼프…유럽 '속앓이'

입력 2025-09-21 11:42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주요 인사들이 유럽의 극우 세력을 공개 지지하고, 각국 내정에도 관여하는 사례가 늘면서 유럽 국가들을 상대로 '극우 정권교체'를 추진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와 그 소속 인사들이 유럽 각국의 중도진보, 중도보수 정권을 국가, 종교, 젠더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미국 보수 세력의 시각과 결이 비슷한 '극우 연합 정권'으로 교체하려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확산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독일 총선을 앞두고 극우 독일대안당(AfD) 알리스 바이델 공동대표를 만나 이 정당의 약진에 힘을 보탠 사례가 꼽힌다.

폴란드 대선 당시에는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유럽 지도자들은 나약하다"며 당시 극우정당 후보였던 카롤 나브로츠키 후보를 공개 지지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대선 기간에 나브로츠키를 백악관으로 부르는 파격으로 그의 선거 승리를 지원했다. 대선에서 승리한 나브로츠키 대통령은 최근 백악관을 다시 방문하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영국, 체코, 프랑스, 헝가리, 이탈리아, 네덜란드, 루마니아, 슬로바키아, 스페인 등에서 보수 성향 후보를 지지했다고 전했다.

또 내정 간섭도 드물지 않다.

프랑스 극우 국민연합(RN) 마린 르펜 대표가 횡령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자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마녀사냥'이라며 르펜의 편을 들고 프랑스 법원을 공격했다.

영국 등 일부 국가가 추진하던 '증오발언 규제' 시도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고 NYT는 전했다.

유럽 당국자들은 이처럼 지나치게 노골적인 트럼프 정부의 개입에 불쾌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다만 그러면서도 안보, 경제상 이유로 유럽은 미국과 협력을 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로빈 니블렛 전 소장은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유럽의 정권교체를 노리고 있다는 관측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나블렛 전 소장은 "밴스와 그 추종자들은 자신을 성찰하는 엘리트가 퍼뜨리는 무가치적 새 규범 때문에 서방의 유대-기독교 정체성이 희석되고 약화한다며 자신들이 서방의 진정한 정체성을 실현할 혁명의 선봉대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