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지갑 닫혔다"…美 증시 고공행진에도 '경고음'

입력 2025-09-21 10:22


미국 증시가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에 힘입어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가계 소비 감소라는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는 미국 소비가 위축되면 경기 회복세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다.

2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국 소비지출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가계 구매력이 크게 줄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빠르게 상승하던 임금 오름세는 둔화했고, 주거비와 공공요금, 식료품 등 생활비 상승이 겹치며 저소득 가계의 부담이 더욱 커진 것이다.

미국 최하위 20% 계층은 소득의 40%를 주거비로 지출하고 있다.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휘발유 가격이 전년 대비 13.8%, 전기요금이 6.2% 올랐으며, 식료품 물가도 전월 대비 0.6% 상승하며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여파도 미국 소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의류·가전제품·가구 등 수입품 가격이 오르면서 일부 소비자들은 필수품 이외 지출을 줄이고 일부는 저축을 줄이거나 빚을 내는 상황에 몰렸다. 무디스에 따르면 저소득층 저축은 팬데믹 이전보다 22% 줄었다.

중산층 역시 소비 전략을 바꾸고 있다. 할인 매장을 찾는 빈도가 늘고 고비용 지출은 신중하게 결정하는 등 소비방식이 달라졌다. 이 때문에 '소득 대비 접근 가능한 명품' 판매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경기 민감도가 낮은 고소득층은 지출 여력이 유지되고 있지만 전체 소비 위축을 만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무디스에 따르면 연 소득 25만 달러 이상 상위 10%가 미국 전체 소비의 49.2%를 차지했는데, 이는 2년 전보다 3.5%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기업도 소비 위축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펩시코, 킴벌리 클라크 등 주요 소비재 기업은 관세 부담과 소비 지출 감소 등을 이유로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을 낮췄다.

외식산업도 흔들리고 있다. 아이홉, 애플비즈, 치폴레, 스위트그린 등 주요 식당 체인은 이미 소비자 지출 감소가 실적에 악영향을 준다고 밝혔다.

조너선 네이먼 스위트그린 CEO는 "전반적으로 소비자 구매력이 아주 좋지 않다는 것은 분명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