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전투기 또 나토 영공 침범...'긴급협의' 나토 4조 발동

입력 2025-09-20 07:26


러시아 전투기가 19일(현지시간)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다.

폴란드, 루마니아에 에스토니아까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영공을 무단 침범하는 사건이 또 발생한 것이다.

나토 유럽연합군 최고사령부(SHAPE)는 이날 대변인 명의 성명에서 "오늘(19일) 오전 러시아의 미그(MiG)-31 전투기 3대가 에스토니아 영공을 침범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정예 공군이 할 법한 종류의 행위가 아니었다"며 의도적 침범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미국의 한 당국자도 "러시아군은 같은 일대 영공을 수십년간 비행해왔다. 고의적인 게 아니었다고 보기가 어렵다"고 폴리티코에 말했다.

최근 러시아의 이같은 동향에 대해 나토의 동부전선 대비 태세를 시험하려는 것이라는 의심이 유럽 내에서 커지고 있다.

나토는 이날 러시아 전투기 침범이 확인된 직후 에스토니아에 배치된 이탈리아의 F-35 전투기가 '이스턴 센트리'(Eastern Sentry·동부전선 감시경계)에 따라 긴급 발진했다고 설명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신속 대응 항공기 역시 출격했다.

이스턴 센트리는 최근 러시아 드론의 폴란드 영공 침범이 잇따르자 동부전선 일대에서 나토가 12일부터 새롭게 개시한 감시 작전이다.

에스토니아는 자체 전투기를 보유하지 않은 나토 회원국이라 이스턴 센트리 개시 이전에도 나토 다른 회원국들이 발트해 공중초계 임무를 교대로 맡았다.

에스토니아는 이날 오후 나토 4조 발동을 요청해 나토는 내주 초 긴급 협의를 연다.

나토 4조에 따라 영토 보존, 정치적 독립 또는 안보를 위협받은 동맹국이 긴급 협의를 요청할 수 있다.

폴란드도 지난 10일 러시아 드론 침범 직후 4조를 발동했다. 1949년 나토 창립 이래 4조 발동 사례는 에스토니아까지 9번째가 된다.

에스토니아 총리 출신인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극도로 위험한 도발"이라며 "푸틴은 서방의 결의를 시험하고 있다. 우리는 결코 나약함을 보여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위협이 고조된다면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압박도 증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에스토니아와 마찬가지로 나토 동부전선 회원국인 폴란드는 지난 9∼10일 밤 자국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산 드론에 대해 첫 직접 대응에 나섰다.

14일에는 루마니아가 러시아 '게란' 드론이 자국 영공을 50분간 궤도 비행했다고 발표했다. 루마니아는 F-16 전투기를 급파해 드론을 감시했다.

러시아는 현재까지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