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지각변동'...엔비디아, 인텔에 7조원 투자

입력 2025-09-19 06:15


인공지능 칩 분야 강자인 엔비디아가 18일(현지시간) 인텔에 대거 투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엔비디아는 50억 달러(약 6조9천320억원)를 인텔에 투자하고 PC·데이터센터용 칩 공동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고 밝혔다.

다만 인텔이 엔비디아의 칩 생산을 하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계약은 포함되지 않았다.

엔비디아는 인텔 보통주를 주당 23.28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로이터와 블룸버그 통신 등이 보도했다. 전날 종가(24.90달러)보다 낮은 가격이지만 지난달 미국 정부가 인텔 지분 10%를 취득하며 지급한 주당 20.47달러보다는 높은 금액이다.

이대로 투자한다면 엔비디아는 인텔 지분 4% 이상을 보유해 주요 주주가 된다.

인텔이 파운드리 사업에서 성과를 거두려면 엔비디아, 애플, 퀄컴과 같은 대형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많았던 만큼 로이터 통신은 이번 발표에 파운드리 계약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고 로이터는 지적했다.



인텔은 차세대 PC 칩에 엔비디아의 그래픽 기술을 탑재해 AMD와 경쟁할 계획이다.

데이터센터 부문에서는 엔비디아의 AI 가속기에 자사 프로세서를 제공한다. 엔비디아는 AI 칩을 대규모 클러스터로 묶어 제공하는 방식을 확대하는 중인데, 여기엔 일반 연산을 담당할 중앙처리장치(CPU)가 필요하다.

엔비디아의 이번 발표에 경쟁사들에도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엔비디아의 핵심 생산처인 대만 TSMC는 당장은 영향이 없을 지라도 장기적으로는 최대 고객을 인텔에 빼앗길 수 있다.

엔비디아는 칩 생산을 인텔에 위탁할지를 검토 중이지만, 현재로서는 구체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AMD는 PC 칩 시장에서 인텔과 경쟁해왔는데 인텔의 부상으로 입지가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역사적인 협력은 엔비디아의 AI와 가속 컴퓨팅 기술을 인텔의 CPU와 방대한 x86 생태계에 긴밀하게 결합하는 것으로, 두 세계적인 플랫폼이 하나로 융합되는 것"이라며 "우리는 함께 생태계를 확장하고 다음 시대 컴퓨팅의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립부 탄 인텔 CEO는 "젠슨 황과 엔비디아 팀이 인텔에 보여준 신뢰에 감사하며, 앞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에 함께 나설 것을 기대한다"며 "인텔의 x86 아키텍처는 수십 년간 현대 컴퓨팅의 토대였으며, 앞으로도 미래의 워크로드를 지원하기 위해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두 회사간의 이번 협력이 컴퓨터 산업 내 권력 구도 변화를 보여준다고 블룸버그 통신은 짚었다. 한때 반도체 최강자였던 인텔이 과거 주변적 역할만 맡던 엔비디아로부터 자금과 최첨단 기술을 공급받게 됐다는 것이다.

위기에 빠진 인텔이 수년간의 사업 회생 노력을 해왔지만 성과를 얻지 못한 가운데 엔비디아의 이번 지원은 새로운 돌파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최근 인텔은 미국 정부로부터 57억 달러를 지원받고, 일본 소프트뱅크로부터 20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다만 이번 엔비디아의 투자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백악관 관계자가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