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 '브로맨스' 터졌다…유럽 정상들 '촉각'

입력 2025-09-18 20:07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는 성격, 정치 성향, 경력까지 정반대와도 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각별한 관계를 쌓아왔다.

월스트리트저널 17일(현지시간)은 스타머 총리가 '트럼프 소통가'가 돼 유럽 주요 지도자들이 그의 독특한 접근법에 주목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는 원리원칙보다는 이익과 결과를 중시하는 포퓰리즘 성향의 보수 정치인이고, 전직 검사 출신인 스타머는 학구적이고 원칙과 논리, 절차를 중시하는 중도좌파 노동당 대표다.

공통점이 거의 없지난 이들은 지난해 미국 대선을 몇 주 앞두고 뉴욕에서 가진 만찬을 통해 가까운 사이로 발전했다.

특히 스타머가 당시 경쟁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를 만나지 않은 점이 트럼프의 호감을 샀다는 WSJ의 분석이. 이후 스타머는 트럼프가 영국 왕실에 품은 호감을 적극 활용하기도 했다.

스타머의 '트럼프 대처법'은 정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공개 반박을 삼가며, 트럼프 요구 사항을 대체로 수용해 몇 가지 성과를 챙기는 전략이다. 이 방식은 유럽 외교의 새로운 교본으로 평가된다.

지난 6월 캐나다 G7 정상회의에서 트럼프가 서류를 떨어뜨리자 스타머는 재빨리 줍는 모습을 보여 몸을 낮추는 태도를 보였다. 이는 직설적인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대비되며 트럼프의 신뢰를 얻는 데 기여했다.

이런 예상 밖 브로맨스로 영국은 미국과 관세 협상에서 유리한 입장을 얻었고 트럼프 국빈 방문 계기에 미국 빅테크의 대규모 투자(58조원)도 끌어냈다.

그러나 스타머 전략이 항상 긍정적 평가만 받는 건 아니다. 영국은 국방비 대폭 증액과 미국 관세 맞대응 하지 않음 등 트럼프 요구를 상당 부분 감내하고 있다. 향후 트럼프의 추가 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 주목된다.

맥스 버그만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유라시아 국장은 "스타머가 트럼프에게 반박하거나 맞서지 않는 것이 어느 시점에는 그에게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고 그가 반발할 필요를 느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AFP·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