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1.2조 투자한다더니…LG화학, 2년째 '무소식'

입력 2025-09-15 17:23
수정 2025-09-15 17:39
中 기업과 합작이 ‘발목’
LS-엘앤에프 문제 없어


현재 새만금 산업단지 분양률은 89%에 달하지만, 기업들의 행보는 엇갈리고 있다. LG화학과 LS·엘앤에프가 2023년 비슷한 시기에 전구체 공장 건설 계획을 발표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LS엘앤에프배터리솔루션 공장은 우뚝 솟아올라 이달 말 준공을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바로 맞은편 LG화학 예정 부지는 풀만 허리까지 자라난 황무지로 방치돼 있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캐즘(수요 정체 구간)에 들어선 가운데, 이런 대비된 풍경은 지난 12일 새만금 산단에서 뚜렷하게 드러났다.

LG화학, 中 화유코발트와 합작이 ‘발목’

LG화학의 패착은 합작 파트너 선정에 있다. LG화학은 당시 중국 전구체·양극재 생산기업인 화유코발트를 파트너로 택했다. 이미 2018년 중국에서 전구체 합작공장(연 4만t)을 가동하며 기술 교류에는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중국 의존도가 부담으로 작용했다.

당초 계획에 따르면 양사는 새만금 국가산업단지 6공구 33만㎡에 1조2,000억 원을 투자해 2023년 말 착공, 2028년 말 준공 후 2029년부터 연간 5만t 전구체를 생산할 예정이었다. 이는 전기차 60만 대에 탑재할 수 있는 규모다. 하지만 2025년 9월 현장에는 부지만 있고 착공이 진행된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새만금청 관계자는 "2년 전에 업무협약을 맺은 정도라 확실히 산단에 들어올지는 미지수"라며 "땅을 분양 받은 상태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LG화학 관계자는 "새만금청과 업무협약을 유지하고 있으며, 향후 협의는 새만금청을 통해 일원화해 진행할 계획"이라며 "추가로 확인해드릴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LS-엘앤에프 문제 없어…변수는 ‘폐수 처리’

반면 LS와 엘앤에프의 전구체 합작공장인 LS엘앤에프배터리 솔루션은 정반대의 행보를 보였다. 엘앤에프는 LS를 파트너사로 선택해 2023년 새만금 산업단지를 거점으로 전구체 공장 착공에 들어갔고, 이달 준공을 마친 뒤, 연말 시운전을 거쳐 2026년 4월 양산을 시작한다. 기존 로드맵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두 회사 모두 2차전지 핵심 소재인 양극재 업체이지만, LG화학은 중국 기업 화유코발트를, 엘앤에프는 국내 기업 LS를 파트너로 선택했다. 파트너사 선택이 2년 뒤 명확한 차이를 만든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안팎에서 IRA(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영향이 없는 100% 국내 기업 투자 구조라 변수와 리스크가 적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바로 이 이유에서다.

엘앤에프 관계자 "문제없이 준공을 준비하고 있다"며 "향후 제품 비용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폐수처리 시설 문제는 새만금청과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은 "8차례 지역상생협의회와 환경부와 논의 중이며 플랜 A·B·C를 마련해 대응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향후 본격적인 생산 과정에서 기업과 지역사회의 민원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