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와 미국 정부가 관세 후속 협상에 막판 진통을 겪고 있습니다.
지난 주말 귀국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 이어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다시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김종학 뉴욕 특파원 연결합니다.
우리 정부가 미국에 대한 투자 패키지를 수용하는 대가로 통화 스와프 재개를 요청했다고요?
정부가 오늘 대미 투자 협상과정에서 외환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통화 스와프 재개를 요청했습니다.
현재 우리 정부와 미국은 지난 7월 타결한 관세 협상에서 3,500억 달러에 달하는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이견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이 투자 자금을 외환보유고에서 꺼내쓰게 되면 약 84% 가량 소진하게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금액에 해당합니다.
우리 정부가 이번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 원화와 미 달러화의 통화 스와프는 이러한 대규모 직접 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급격한 외환 유출을 막을 수단입니다.
대규모 투자를 조건으로 이달 관세 15%의 최종 협상을 매듭지은 일본이 기축통화국인 점을 감안하면, 최소한 동일한 방어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논리입니다.
다만 2008년과 2020년 각각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등 매우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한미 통화스와프를 발동한 만큼 미국측이 실제 수용할지 여부는 불확실합니다.
대미 투자액 3,500억 달러는 우리 돈으로 486조 원에 달하는 막대한 청구서에 해당합니다.
이 금액의 투자 방식을 문서화하기 위해 양국이 장관급까지 나서 접점을 찾고 있는 건데, 미국측 입장이 꽤 강경한 모양이군요.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현지시간 지난 11일 뉴욕에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비공개 회동을 가졌지만 이렇다 할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9.11테러 참사 24주기를 맞아 뉴욕을 찾은 러트닉 장관을 찾아 돌파구를 만들려던 것인데, 오늘 미국으로 향한 여한구 본부장이 남은 과제를 끌어안게 됐습니다.
양국의 입장이 엇갈리는 것은 투자 구조입니다.
우리나라는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과정에 3,500억 달러의 대미 직간접 투자 펀드 조성을 내세웠고, 지난 달에도 세부 구조에 대한 협상을 진행해왔습니다.
우리 정부는 기존 조선, 자동차 등 기업들의 투자를 바탕으로 한 직간접 투자에 무게를 둬왔지만, 미국측은 현재 486조 원에 달하는 자금을 우리 정부가 직접 투자하길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정부는 우리나라가 미국에서 설정한 프로젝트에 자금을 댄 뒤에 투자 원금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50%씩 나눠갖는 일본식 투자 수익 배분 구조도 따르도록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를 따르게 되면 우리나라는 10%포인트의 관세율을 낮추는 대가를 사실상 무효화하는 수준의 경제적 충격을 장기적으로 떠안을 가능성이 생깁니다.
최악의 경우 25%의 관세를 그대로 떠안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이 경우 핵심 산업인 자동차의 경쟁력이 약해집니다.
이미 미국과 최종 관세 협상을 타결해 15%로 관세를 낮춘 일본이 유리한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습니다.
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인데, 투자는 해달라는 것이 현재 미국의 입장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업 등 미국 밖 기업들의 투자 자체를 막고싶진 않다는 해명 발언까지 직접 공개했다고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자신의 소셜미디어를 통해 “외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것을 겁주고 싶지 않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습니다.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조지아주 합작 공장에 대한 이민세관국의 단속 이후 주요 기업들이 인력 운용을 축소할 조짐을 보이면서 유화적인 태도로 돌아선 겁니다.
구금됐던 우리나라 근로자들이 일주일여 만에 풀려났지만, 단속 실적을 위해 합법적인 비자 소지자까지 구금했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선 산업을 예로 들어 “극도로 복잡한 제품, 기계 제조 등에 막대한 투자를 할 때 해당국가의 전문 인력들을 데려와 훈련시키기를 바란다”면서 “이들을 환영하고 배우겠다”고 강조했습니다.
제조업 재건을 위해 전문 기술을 가진 근로자에 대한 미국 체류를 보장하겠다는 말이지만, 국토안보국 등 내각 인사들의 강경입장은 여전합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도 지난주 현지 매체들과 연달아 가진 인터뷰에서 “올바른 비자를 받지 않고 일하는 시대가 지났다”며 합법적인 취업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