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FOMC 주목, 1년 만에 피봇 재개…원·달러 환율 어디까지 떨어질까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입력 2025-09-15 08:52
수정 2025-09-15 08:56


이달 16일부터 양일 동안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열린다. 길게는 2019년 이후부터 금리인하를 놓고 지속돼 왔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 간의 갈등이 일단락될 수 있어 그 어느 회의 때보다 관심이 높다.

올들어 Fed의 금리결정에 최대 변수였던 트럼프 관세를 보는 시각이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트럼프 진영은 ‘일시적’이라고 강조했지만 피해국은 1930년대 대공황이 발생하는 것이 아닌가는 시각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부과국과 피해국을 동시에 고려하는 세계 3대 예측기관은 전망치를 내놓을 때마다 오락가락해 Fed의 금리결정을 혼란스럽게 했다.

가장 최근까지 관세 영향을 반영한 미국 중앙은행(Fed)의 경제전망(SEP)을 보면 올해 성장률을 1.4%까지 대폭 내려 잡았다. Fed가 추정하는 잠재성장률인 1.8%를 0.4% 포인트 밑도는 디플레 갭이 발생하는 수준이다. 통화정책의 잣대가 되는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상승률은 인플레이션 통제 가능한 임계치 3.0%를 벗어난 3.1%로 올려 잡았다.



경기 침체 하에 물가가 올라가는 스테그플레이션 정도가 깊을수록 최고통수권자와 중앙은행 총재 간의 갈등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전자는 ‘경기 부양’, 후자는 ‘물가 안정’이 1선 목표이기 때문이다.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직후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폭은 무려 300bp(1bp=0.01%포인트)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제롬 파월 의장과 Fed 이사는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인하 요구 뿐만 아니라 SEP에서 근원 PCE 상승률이 작년 12월 2.8%에서 6월에는 3.1%까지 올라갔어도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중립금리가 PCE 상승률에 따라가는 종전의 패턴대로 라면 6월 점도표에서는 최소한 4.5%대까지는 올라갔어야 하지만 6개월 동안 3.9%에서 변하지 않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명료성(clarity)’ 때문이다. 시차가 1년 이상 걸리는 기준금리 변경 방식은 통화정책 여건이 명확해질 때까지 한 번 더 점검하는 ‘체크 스윙(checking swing)’이 Fed의 전통이자 관례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정책은 지금 이 시간에도 변할 수 있는 초불확실한 변수다. 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 등 지경학적 위험도 가세되고 있다.

가변적인 통화정책 여건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해야 하는 파월 의장과 Fed 이사를 칼날 위를 타는 무속인으로 비유된다. 해로드-도마 성장 이론에서 비롯된 칼날 위, 즉 황금률(잠재성장률=균형성장률=실제성장률)에서 균형을 잃어 어느 한 편으로 치우치면 치명적인 상처를 입게 된다. Fed 자체적으로도 ‘에클스의 실수’와 ‘볼커의 실수’를 저지른 경험이 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 것인가. 최근처럼 경기순환 상 진폭이 커지고 순응성(procyclicality)과 주기가 짧아지는 ‘단축화(shortening)’ 여건에서 상반기처럼 지금의 방식을 고수해 나가면 또다른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다. 명료성 문제가 해결되면 그때는 이미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져 ‘울트라 빅컷’을, 물가가 너무 올라 ‘울트라 빗스텝’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통화정책의 생명인 ‘선제성(preemptive)’을 잃는다는 의미다.

지난 5월에 열렸던 토마스 라흐바흐 컨퍼런스에서 연방기금금리(FFr) 교체, 경제지표 의존(data dependent) 방식 수정, 평균물가목표제(AIT) 폐지 등 현행 3대 통화정책 프레임워크에 대한 근본적인 검토가 이뤄졌던 것도 이 때문이다. 8월에 열릴 잭슨홀 미팅에서 추가 논의가 이루워져 평균물가목표제(AIT) 폐지를 결정했다.



통화정책 프레임 워크가 변한 이후 첫 회의인 9월 FOMC에서 금리가 내릴 것으로 보는 가장 큰 이유는 Fed 내 역학관계가 비둘기 성향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 미셸 보우먼 부의장에 이어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 후임으로 지명된 스티븐 미란이 상원 은행위원회 인사청문회 절차가 마무리됐다.

파월 의장도 지난달에 열렸던 잭슨홀 미팅을 계기로 금리인하에 전향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 법정 다툼 중인 리사 쿡 이사가 참여하더라도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FOMC 위원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시카고 상품거래소 패드 워치(CME FedWatch)도 9월 FOMC 회의에서 금리가 내릴 확률을 90%가 넘을 것으로 집계했다.

Fed의 양대 책무지표로도 금리가 내릴 확률이 높아졌다.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지속적인 금리인하 요구를 ‘견조하다’는 이유로 거절해 온 고용 지표가 지난 5월 이후 부진하기 때문이다. 물가 지표가 고개를 들고 있지만 평균물가목표제(AIT) 방식대로 3개월 이동 평균치를 구해보면 통제 가능한 목표 범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다.

올들어 미국 증시는 ‘트럼프’라는 커다란 변수에도 강세장이 지속되고 있다. 9개월이 채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나스닥과 S&P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갈아 치운 횟수가 각각 25차례, 24차례에 달한다. 트럼프 관세로 경기침체 우려에 시달려 온 다우존스지수도 5차례에 걸쳐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연초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장세다.

증시가 가보지 않는 길을 가면 거품 논쟁이 거세지면서 언제 붕괴될 것인가에 대한 우려도 높아진다. 하지만 최근처럼 강세장 속에 9월 FOMC 회의를 계기로 앞으로 상당 기간 금리까지 내리면 1927년과 1988년 이후처럼 거품이 2∽3년 지속되는 것이 아닌가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4.25∽4.5%인 금리를 1%까지 내리라고 주장하고 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이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통화가치를 고려한 어빙 피셔의 국제 간 지금 이동 이론대로 라면 Fed가 금리를 내리면 원·달러 환율은 내려야(원화 가치 절상) 한다. 연초 예측기관은 작년 11월에 치렀던 대선에 당선되자마자 금리인하를 주장해 온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 원화 가치가 절상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 이후 지금까지 원화 가치는 1% 정도 절하됐다. 같은 기간 중 엔화 가치가 3.8%, 유로화 가치가 7.6%, 심지어는 우리와 수출 경쟁국인 대만 달러화 가치가 6% 정도 절상됐다. 작년 12월 초 이후 계엄, 탄핵, 정권 교체가 숨 가쁘게 이어지는 속에 거기 건전성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앞으로 외화 수급 요인이 우려된다. 지난달 한·미 관세 협상에서 우리가 약속한 대미 투자액은 3500억 달러로 알려지고 있다. 일본처럼 현금으로 투자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에 앞서 절대액이 너무 많다. 대외순자산과 외환보유액대비 일본은 각각 15.2%, 41.5%에 불과한 반면 우리는 무려 33.9%, 84.1%에 달하기 때문이다. 제2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극단적인 비관론이 나오는 것도 이 근거에서다.

한국은 일본과 달리 비기축통화국이다. 5대 기축통화국의 하나는 일본은 국제기채시장에서 달러 표시 채권을 발행할 수 있지만 우리는 쉽지 않다. 외환 당국자를 중심으로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 원화 가치도 절상돼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안이한 시각은 금물이다. 추가 협상을 통해 대미 투자가 현 정부의 시각대로 현금 대신 보증 등으로 다변화시켜 놓아야 할 때다.

한상춘 / 한국경제TV 해설위원 겸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