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무 유통비용이 60∼70%…"한국 유독 심하다"

입력 2025-09-14 11:48


우리나라에서 농산물 가격 급등으로 물가가 오르는 '애그플레이션'(agriculture+inflation)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1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8월 농축수산물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4.8% 뛰면서 전체 소비자물가를 0.37%포인트 높였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 폭은 13개월 만에 최대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서 우리나라 식료품 물가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50% 높다면서 "장바구니 물가 불안 해소가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실제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1990년 OECD 평균의 1.2배였던 국내 식품 가격은 2023년 1.5배로 격차가 확대됐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낮은 농업 생산성과 높은 유통비용을 구조적 문제로 꼽는다. 국내 농가는 70% 이상이 경지 규모 1ha 미만의 영세농으로, 사과·복숭아·감자 등은 해외 주요국 대비 생산성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은 국토도 좁고 대부분 고령의 농민이 영세하게 농사를 짓다 보니 생산성이 낮고 그만큼 농산물 가격은 높을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유통 과정을 거치면서 가격이 더 높아지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농산물 소비자 가격에서 생산자가 받는 가격을 뺀 '유통비용'이 절반이나 된다는 점은 더 큰 문제다. 배추·무 등은 유통비용이 60∼70%에 달해 농가 입장에서 배추나 무를 수확해 소비자 가격의 30∼40%도 건지지 못하는 실정이다.

다른 나라와 다르게 농산물 유통구조가 대형 도매법인이 운영하는 도매시장 경매제 중심인 것도 많은 개선해야 할 점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미국, 유럽과 달리 도매시장 법인이 농산물을 수집하고 경매를 거쳐 중도매인(중간도매상)이 이를 소매점에 판매하는 이원적 구조다.

이 때문에 농수산물 도매시장 법인 중심의 경매보다 가격 변동성이 작고 사전에 출하량과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시장도매인이 참여하는 정가·수의 매매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근래에는 기후변화 영향까지 더해지면서 농산물 수급과 가격의 불안정성은 더 커지고 있다.

지난해 봄에는 서리 피해로 사과·배 가격이 두 배로 올랐고, 동해에서는 수온 상승과 남획으로 명태와 오징어 어획량이 급감했다. 국제적으로도 이상기후로 커피·코코아 가격이 치솟으며 가공식품과 외식 가격 상승을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농업 연구개발(R&D) 확대와 기계화로 생산성을 높이고, 외국인 노동 규제 완화 및 할당관세 활용을 통해 단기 물가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