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 상원 인준 '핵옵션' 동원…필리버스터 무력화

입력 2025-09-12 20:28



미국 공화당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상원 인준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리버스터 규칙을 변경하는 안건을 강행 처리했다.

11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 AP통신에 따르면 존 슌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상원 본회의에서 의사규칙 개정안을 상정해 찬성 53표, 반대 45표로 가결했다.

개정안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인 의사진행 방해)의 종결 요건을 기존 60표에서 단순 과반인 51표로 낮추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 재적 100석 중 공화당은 53석을 보유해 민주당 전원이 반대해도 인준안을 단독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민주당이 필리버스터를 실제로 개시하면 토론 종결을 위해 60명 이상의 찬성이 필요해 단독 처리는 불가능하다.

공화당은 민주당이 의도적으로 인준 절차를 지연시켜 행정부 인사에 차질을 빚게 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격 미달 인물을 지명해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이번 개정안은 인준 지체를 줄이기 위해 공직 후보자를 최대 48명씩 묶어 한 번에 표결 처리할 수 있도록 한 점이 특징이다. AP통신은 순조롭게 절차가 진행될 경우 18일 첫 48명의 지명자 집단 인준 표결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 명단에는 다수의 내각 차관보, CIA 감찰관,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 트럼프 주니어 전 약혼녀인 킴벌리 길포일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은 대법관 등 사법부 인준과 내각 장관급 고위 공직자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

슌 원내대표는 "개정된 규칙에 따라 다수당이 개별 투표 대신 다수 후보자를 집단 인준할 수 있어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조치는 과거 상원이 필리버스터 종결 요건을 완화한 이른바 '핵옵션'과 유사하며 정치적 파장이 크고 낙진 피해가 양당에 미칠 수 있다.

지난 대법관 인준 때와 같이 이번 규칙 변경도 향후 정권 교체 시 공화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