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관세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사업장을 면밀히 들여다보며 해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지난 2023년 14만 원에 매각했던 러시아 공장을 다시 사들이는 안도 놓고 계열사별 현황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사안 단독 취재한 산업부 배창학 기자 연결해 알아보겠습니다.
배 기자, 현대차가 팔았던 러시아 공장을 되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건가요?
당장 ‘권리를 행사한다, 안 한다’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자체적으로 세운 프로세스에 따라 절차를 밟고 있는 과정이라고 보면 됩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현대자동차는 지난주 그룹 계열사들에게 한 통의 공문을 발송했습니다.
그 공문을 입수해 살펴보니 글로벌 사업장들의 현황을 점검하고 건의 사항을 취합하겠다는 게 골자였습니다.
대상 국가에는 현대차가 전면 철수했다가 지난해 상표권을 재등록하며 시장 재진입을 검토 중인 러시아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이에 대해 현대차는 "내년도 사업 계획 수립을 위해 러시아를 포함한 다른 해외 법인에도 요청하고 있는 건"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매년 진행되는 통상적인 업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대차는 지난 2007년 러시아로 건너가 연산 20만 대 규모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공장 ‘HMMR’을 지었습니다.
작업자들이 십수 년 동안 특근을 할 정도로 차가 잘 팔리자 HMMR을 필두로 1조 원 이상 투자도 했습니다.
그런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로 공장 가동과 자동차 출고 중단이 반복되면서 조 단위 손실을 냈습니다.
결국 2023년 말 현지 벤처 캐피탈인 ‘아트파이낸스’에 HMMR을 1만 루블, 당시 환율로 14만 원에 매각했습니다.
다만 2년 안에 되살 수 있는 바이백 옵션을 넣었는데, 그 시한이 올해 12월로 임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대차가 다시 공장을 사려고 한다면 돈을 얼마나 써야 하는 겁니까?
바이백 조건에 따르면 공장을 재매입하려면 과거 가격이 아닌 현재가로 사야 합니다.
그래서 현대차가 이번 실사를 통해 손익을 저울질하며 바이백 여부를 정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2년 전 공장을 팔았을 때 장부에 적힌 액수는 약 2,873억 원이었습니다.
3,000억 원에 달했던 공장을 단돈 14만 원에 판 건데요.
전쟁을 기점으로 서방국들의 경제적 제재 조치가 이어지면서 러시아에 있는 자산을 정상가에 파는 건 불가능했습니다.
르노와 닛산도 각각 1루블과 1유로라는 푼돈에 지분 전량을 넘기고 러시아를 떠난 바 있습니다.
현대차는 단순 계산해도 14만 원에 판 공장을 2,873억 원에 되사야 하는 만큼 비용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공장을 산 아트파이낸스는 자회사 AGR을 통해 솔라리스라는 브랜드를 출범시켰는데, 솔라리스는 현대차의 로고와 차의 이름만 바꿔서 팔고 있습니다.
그런데 솔라리스의 현지 시장 점유율이 1년 새 2배 이상 급성장하며 점유율 60%로 시장을 독식 중인 중국 자동차에 맞서는 대항마가 됐습니다.
올해 들어 누적 판매량도 지난해와 비교해 배나 넘게 늘어난 데다, 지난달에는 현지 자동차 판매 톱 10 순위 8위에 등극했습니다.
솔라리스는 호조세에 힘입어 올해 1일 생산량 200대를 목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바이백 금액에 고스란히 녹아들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영업 활동으로 버는 현금 창출력인 EBITA에 기업 가치 산출 배수인 멀티플을 적용해 합산하면 1조 원 전후가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이 수치에는 공장 개조에 따른 라인 전환, 인력 확보 등도 더해졌습니다.
바이백 금액이 생각보다 비싸다면 포기할 수도 있겠군요.
되사지 않게 됐을 때 대안도 있습니까?
현대차그룹은 러시아의 경우 사업 계획을 공장 바이백이 성사됐을 때와 불발됐을 때로 구분해 두 가지 안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는 자금 문제뿐만 아니라 바이백이 무산될 수 있는 또 다른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러시아 연방 의회 하원 재산위원회는 지난 5월 외국 기업의 바이백 옵션을 거부할 수 있는 법안을 상정했습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올 들어 “헐값에 도망친 외국 기업들이 몇몇 조항을 악용해 돌아오는 것은 쉽지도, 싸지도 않을 것”이라며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푸틴이 직접 기업들에게 추가금도 요구했다는 관측도 나옵니다.
모두 법적인 통제를 통해 협상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조처들로 해석됩니다.
다만 바이백 무력화 법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관련 사항에 대해 법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각종 장애물을 넘어 바이백에 성공하게 되면 현대차는 상트 공장을 유럽 수출 허브로 재활용할 전망입니다.
러시아는 한때 연간 300만 대 전후의 자동차가 팔리던 세계 5위, 유럽 1위권을 넘보던 큰손이었습니다.
그때 현지에서 현대차·기아의 합산 점유율이 20~30%대로 내수 1위사였습니다.
현대차 입장에서 러시아 재진출이 미국 관세 충격을 상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는 겁니다.
반대로 바이백을 포기하면 러시아에 공장을 신설하지 않고 인근 국가에 대체 거점을 구축하는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파악됩니다.
지금까지 보도국에서 한국경제TV 배창학입니다.
현대차의 러시아 공장 바이백(재매입)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인데요.
러시아 재진출 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는 계열사는 따로 있다고 합니다.
마켓 딥다이브 최민정 기자가 정리합니다.
현대차의 러시아 재진출이 이뤄지면, 4천억 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현대위아인데요.
현대위아는 국내 유일 자동차 엔진 생산 기업으로, 현대차의 핵심 제조사입니다.
현재 현대위아의 러시아 공장 가동률은 10% 수준에 멈춰있는데요.
연간 24만 개의 엔진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에서 현재 만들어지는 엔진 수는 4만 개에 불과합니다.
남은 인력과 재고를 바탕으로 러시아 현지 기업에 엔진을 공급하고 있는 건데요.
지정학적 리스크에 주문이 없어, 이 이상 공급을 늘리기도 힘든 상황입니다.
증권가에선 현대차의 러시아 재진출 시, 현대차 계열사 중 현대위아의 실적 개선이 클 수 있다고 분석합니다.
100% 가동 시, 영업익 375억 원을 기록할 수도 있다는 설명인데요.
이미 러시아 공장 관련 손실을 회계에 반영했기 때문에, 실제로 공장을 다시 돌리면 초기 수익성은 예상보다 더 높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현대위아가 러시아 공장을 가동한 건 2021년 10월인데요.
당시 2,100억 원의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본래 중국 공장에서 생산한 엔진을 러시아와 유럽으로 수출했지만, 물류비 절감 등을 이유로 일부를 러시아로 옮긴 건데요.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제대로 운영된 건 4개월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출범 첫해부터 적자를 냈고, 2022년에는1,900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는데요.
다행히 올해 상반기에는 3년 만에 처음 흑자로 전환했습니다.
이익 창출이 아닌 러시아 화폐, 루블화의 상승 영향인데요.
일회성 요인인 만큼, 러시아 법인의 적자를 멈추기 위해서는 공장 재가동이 필수적인 상황입니다.
현대위아 관계자도 "정상 가동을 위해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준비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최근에도 지속적으로 전기 엔지니어 등 현지 인력을 충원하며 공장 재가동을 대비하는 모습입니다.
자동차 부품 판매 비중이 높은 현대위아는 수익성 정체를 겪고 있는데요.
영업이익률 2%대 벽에 갇혔습니다.
러시아 외에도 멕시코 공장의 엔진 공급량 축소가 현대위아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있는 건데요.
멕시코 공장은 현재 기아 주력 생산 차종이었던 '리오' 생산 중단으로 약 1천억 원의 매출이 감소한 바 있습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현대위아의 영업이익이 약 2,080억 원으로, 작년보다 5% 줄어들 것으로 예상합니다.
현대위아도 체질 개선에 나섰는데요.
적자 사업부로 꼽히던 공작기계사업부를 매각한 데 더해, 해당 자금으로 방산, 열관리 시스템 등 신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현대차의 바이백으로 현대위아가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마켓 딥다이브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