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테크기업 구글이 우리나라의 1:5000 축척의 정밀지도 반출을 20년 가까이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와 구글 간의 입장차가 컸는데, 이번에는 구글이 우리정부의 요구사항을 최대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정밀지도 반출이 임박한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한 내용 산업부 홍헌표 기자와 알아보겠습니다.
홍 기자, 구글이 지도에서 보안시설을 가림처리하고, 방위 좌표도 빼기로 했다고요?
구글이 지도반출과 관련해 우리 정부가 요구해 온 안보 관련 사항을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크리스 터너 구글 대외협력 부사장은 오늘 (9일) "위성 이미지 속 보안시설을 가림 처리하고, 한국의 좌표 정보를 구글지도 이용자들에게 보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정부가 구글에 요구했던 지도반출의 기본 요구사항은 크게 3가지였습니다.
보안시설 가림 처리와 좌표 정보 비공개 그리고 한국 내 데이터센터 설치입니다.
그 중 데이터센터를 제외한 주된 안보 관련 사항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겁니다.
다만 데이터센터에 대해서는 '지도 반출과 별개의 사안'이라며 여전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하더라도 전 세계인이 구글지도를 쓰기 때문에 프로세싱은 전 세계에 분산된 데이터센터에서 이뤄진다는 이유입니다.
사실 구글은 지난 2007년부터 정밀지도 반출을 요구했고, 그동안 우리정부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는데, 이번에 입장이 전향적으로 바뀐 이유가 있습니까?
한미 관세협상에서 온라인플랫폼법 도입이나 정밀지도 반출 등 이른바 '비관세 장벽'에 관해 논의가 있었기 때문으로 추정됩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EU(유럽연합)와 일본 등 관세협상을 하는 상대방에 자국 기업에 대한 디지털 규제를 하지 말라고 요구했습니다.
이를 ‘비관세 장벽’이라고 부르면서 미국 빅테크가 차별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해왔습니다.
지도반출은 지난 7월 한미 관세협상에서 주요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지만 실무협의는 있었고, 상당부분 진행됐다는 분석입니다.
이에 대한 구글의 입장 들어보시겠습니다.
[크리스 터너 / 구글 대외협력 부사장 : 미국이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무역에 대한 대화를 진행할 때 디지털 세금이나, 비관세 장벽에 대한 언급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에 한국도 큰 예외는 되지 않을 것이라 추측합니다.]
구글도 한미 정부간의 협상이 있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입니다.
결국 구글이 이번 기회에 내줄 건 내주고, 데이터센터 설치는 거부하는 선에서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구글은 방한 관광객들의 편의를 위해 지도반출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구글이 단순히 한국의 관광산업을 위해서 요구한다고 보기는 어려운데요, 다른 의도가 있는걸까요?
표면적으로 구글은 한국에 방문하는 전세계 관광객들을 위해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말합니다.
방한 관광객이 연간 1,600만 명이고, 그들 중 약 70%가 구글지도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이 자국에서 한국 여행준비를 할 때 길찾기 등 지도 이용에 불편함을 호소하고 있다는 이유입니다.
그러면서 한국이 지도 데이터 반출을 허용하면 관광산업에서 연평균 36조 원의 추가 매출이 발생하고, 공간정보산업 매출과 고용 수치가 높아진다는 자료까지 제시했습니다.
하지만 속내는 자율주행이나 AI, 클라우드 사업 확대 등에 있습니다.
지도는 단순히 길찾기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라 위치와 소비패턴, 교통흐름 등 다양한 빅데이터가 쌓입니다.
구글이 한국의 데이터를 자산화하려는 목적이 담겨있다는 겁니다.
또 구글의 자율주행 자회사인 웨이모가 한국에 진출하려면 정밀지도 데이터가 필수적인데, 이같은 첨단 산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기 위한 의도도 있습니다.
구글이 지도 데이터를 가져가면 국내 플랫폼인 네이버나 카카오 입장에서 경쟁자가 생기게 됩니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외국기업보다 데이터 구축에 많은 돈을 들이고 있고, 세금도 훨씬 많이 납부해 역차별이라는 지적도 나오는데요?
정부는 국내 지도 구축에 25년간 약 1조 원 넘는 세금을 쏟아부었습니다.
네이버·카카오 등 국내 플랫폼들도 지도 데이터를 구축하고, 이를 활용해 창출한 부가가치와 수익에 따른 세금도 납부했습니다
만약 구글이 대가 없이 무상으로 지도 데이터를 사용하게 되면 국내 기업에도 역차별로 작용하게 됩니다.
특히 구글이 데이터센터를 설립을 거부하면서 계속 해외법인으로 과세를 적용받게 되면 과세 형평성 문제가 지속됩니다.
또 구글은 국내 공간정보 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이야기하지만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히려 업계에서는 구글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입하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업체들이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여기에 네이버 등 자국 플랫폼이 지배하는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구글이 데이터 반출을 통해 한국시장에 뛰어들면 데이터 주권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잘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