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년간의 자살 사망률은 전 세계적으로 30%가 줄었으며 앞으로도 줄어들 예정이지만, 25세 미만의 청년층은 그렇지 못해 '자살 사망률 취약 계층'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연동건 경희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연구팀(김소은·김현진 연구원, 우세린 연구교수, 고려대 강지승 교수)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수집한 102개국의 사망 통계를 바탕으로 자살 사망률 변화를 분석하고 2050년까지의 예측 전망을 내놨다. 이번 연구는 학술적 성과를 넘어, 앞으로 어떤 계층과 지역이 더 큰 위험에 놓일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중요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다.
연구팀은 1990년부터 2021년까지의 자살 사망률을 추적 분석했다. 그 결과 전 세계적으로 약 30%의 감소가 있었다고 밝혔다. 1990년 인구 10만 명당 10.3명이었던 자살 사망률은 2021년에 7.2명으로 줄었다. 남녀 모두 감소했는데, 남성은 이전과 같게 여성보다 약 3.5배 높은 자살률을 보였다. 지역별 차이도 뚜렷했다. 유럽과 아시아 일부 국가에서는 정책과 사회적 노력으로 자살률이 큰 폭으로 감소했는데, 미주 일부 국가에서는 오히려 자살률이 높아졌다. 이는 자살 문제가 단순히 보편적 요인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각 지역의 사회·문화적 맥락과 깊은 연관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연구팀은 향후 변화를 예측하기 위해 ‘베이지안 기반 미래 예측 모델링’을 적용했다. 이 방법은 사전 정보와 새로운 데이터를 결합해 새로운 사건이나 미지의 확률을 추론하는 방법이다. 연동건 교수 연구팀의 분석 결과 현재와 같은 감소세가 유지되면 2050년에는 전 세계 평균 자살 사망률이 인구 10만 명당 6.5명 수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세부 분석에서는 청년층 특히 25세 미만의 젊은 세대가 가장 높은 위험에 놓일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업 스트레스, 취업난, 경제적 불안정성 등 세대 특유의 부담이 자살 위험에 깊이 작용함을 시사한다.
연구진은 ‘취약계층에 초점을 맞춘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연구팀은 "자살은 전반적으로 줄어들고 있지만 청년층과 특정 지역은 여전히 위태롭다”며 "이번 연구 성과가 실제 정책과 제도로 이어져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동건 교수는 “국제 협력을 통해 자살 증가세는 멈출 수 있었지만, 여전히 취약계층과 사회적 보호망이 약한 지역을 중심으로 개인 맞춤형 국가전략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 102개국의 데이터를 장기간 추적하고 미래까지 예측한 이번 연구는 각국 정부가 자신의 정신건강 정책을 수립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자료로 쓰일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이번 연구는 정신건강 분야의 최고 권위지이자 네이처 자매지 'Nature Mental Health'에 게재됐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또는 SNS상담 마들랜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