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하기 더 쉽다'는 생각에 궐련형·액상형 전자담배를 선택하는 흡연자가 늘고 있지만, 오히려 일반 담배(궐련)보다 니코틴 의존도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8일 보건복지부 의뢰로 한국금연운동협의회가 수행한 '신종담배 확산에 따른 흡연정도 표준 평가지표 개발 및 적용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부 니코틴 의존도 지표에서 신종담배 사용자들의 중독 수준이 더 높았다.
연구는 전국의 만 20∼69세 흡연자 800명(궐련 단독 400명, 궐련형 전자담배 단독 100명,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100명, 다중사용자 200명)을 대상으로 했다.
니코틴 의존도를 가늠하는 핵심 지표 중 하나는 '아침 기상 후 첫 담배를 피우기까지 걸리는 시간'인데, 이 시간이 짧을수록 중독이 심한 것으로 본다.
조사 결과, '기상 후 5분 이내에 담배를 피운다'고 답한 비율은 액상형 전자담배 단독 사용자가 30.0%로 가장 높았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26.0%였으며, 일반 담배 사용자는 18.5%로 가장 낮았다. 의존도가 높은 사람이 신종담배 사용자 그룹에서 더 많았다는 의미다.
하루 흡연량에서도 일반 담배 사용자는 '하루 11∼20개비'를 피운다는 응답이 45.8%였는데,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51.0%가 '11∼20개비'를 피워 사용량이 더 많았다.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10회(개비) 이하'가 63.0%로 가장 많았지만, 사용 행태가 달라 단순 비교는 어렵다.
한편 현재 금연클리닉 등에서 쓰는 표준 평가 도구(파거스트롬 테스트 등)로는 신종담배 사용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하고 효과적인 금연 지원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종담배 사용자의 흡연 행태와 니코틴 의존도가 기존 일반 담배 사용자와의 차이가 뚜렷해서다.
궐련은 개비 단위로 소비하지만 신종 담배는 사용 횟수나 시간, 니코틴 용액의 농도 등 고려할 변수가 많다. 이런 특성을 기존 평가 도구가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보고서를 통해 신종담배 사용자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표준 평가지표를 개발해 현장에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신종담배가 결코 니코틴 중독에서 자유로운 선택지가 아님을 보여줬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