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직접 시행과 공공 주도의 개발을 골자로 한 '9.7 주택공급 대책'은 주택 공급 목표를 인허가에서 착공으로 돌려 실행력을 높였다. 동시에 추가 금융 규제를 더하며 부동산 시장을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하겠다는 의지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판단된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7일 이재명 정부 첫 부동산 공급 대책에 대해 "공급 확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금융 규제를 강화해 시장의 중심이 실수요자라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 등은 LH가 택지를 매각하는 대신 직접 시행자로 나서고 도심 내 낡은 임대주택과 유휴부지를 개발해 매년 1기 신도시 규모의 주택을 새로 짓겠다고 밝혔다. 연평균 27만가구, 5년 간 135만 가구 규모다. 한편 규제지역(서울 강남3구·용산구) 내 담보인정비율(LTV)은 현재 50%에서 40%로 축소하고, 유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 또한 2억원으로 낮추는 등 가계대출 관리 방안도 함께 내놨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민간 사업이 주가되는 계획은 정부 정책만으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LH 직접 시행이나 노후 공공청사·임대주택, 학교 부지 활용 등 공공 위주의 공급 방안 위주로 발표된 것으로 보인다"며 "LH가 직접 주택사업을 시행할 경우 민간 사업 대비 분양가를 낮추면서도 사업 속도를 앞당겨 공급 효과가 보다 실질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LH의 재정 부담이 커지고 활용 가능한 부지가 한정적인 만큼,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전략적으로 공급을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도 "LH의 직접 시행으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 고분양가 부작용을 일부 줄이면서 실수요자들이 접근가능한 가격 대의 아파트 공급이 늘어날 것"이라며 "부동산 PF 경색에 따른 주택공급 위축 해소를 위해 공적 보증 확대 등 민간 금융 지원과 인허가 제도 개선으로 주택을 더 쉽게 공급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민간의 공급 의지도 꺾이지 않을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규제지역 LTV 추가 규제, 1주택자의 전세대출 제한 등으로 포모 수요(FOMO) 외에도 주택시장의 가수요를 줄이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급 확대 의지와 방향성은 뚜렷하지만 서울 강남3구나 한강벨트로 몰린 수요를 흡수하기는 한계가 따를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이번 대책의 초점은 핵심 수요 분산이 아니라 수도권 외곽과 도심 저활용지 수요 대응에 집중돼 있다"며 "실질적인 시장 안정 효과를 위해서는 강남권·도심권 정비사업 규제 완화, 민간 유인 인센티브 제도화 등 정비사업 구조 개편이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짚었다.
윤지해 부동산R114 리서치랩장도 "착공도 결국은 미래의 목표이기 때문에 다가올 입주 대란이 무력해지는 것은 아니"라며 "수요자들을 청약 대기 수요로 돌릴 만한 반값 주택 등의 파격적인 내용은 없기 때문에 상급지를 중심으로 '똘똘한 한 채'를 선호하는 현상은 여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