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개인, 미국은 법인 그 차이는 세금이 만듭니다" [우동집 인터뷰]

입력 2025-09-06 08:00
집은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자산이자 문화의 거울입니다. 그런데 미술품도 집처럼, 때로는 그 이상의 가치를 지닌 문화자산으로 평가받습니다. 이번 한국국제아트페어(KIAF)를 이끄는 이성훈 KIAF 운영위원장은(68)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으로, 어머니이신 고(故) 김창실 창업자의 뒤를 이어 선화랑을 운영하며 제22대 한국화랑협회장에 선출됐습니다. 화랑업계 수장으로 자리한 그의 시선은 미술과 집, 자산의 교차점을 넘어, 미술을 공익적 자산으로 뒷받침할 법·세제 과제까지 짚어내고 있습니다.

Q.올해 KIAF의 주제 ‘공진’, 어떤 의미를 담고 있나요?

A. 공진이라는 것은 예술의 회복력, 또 공명입니다. 미술에 관여하는 여러 주체들이 서로 좋은 역량을 맺어서 시너지를 내자는 '공명의 힘’을 주제로 삼은 겁니다. 그래서 저희는 갤러리와 작가의 관계에 주목했고, 작가의 갤러리와의 관련성을 굉장히 중시했습니다.

Q. 화랑(갤러리)의 본질적인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필요한 법·제도 개선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A. 먼저 갤러리가 뭔지 아세요? 화랑의 역할은 단순히 작품 판매해서 돈을 벌겠다는 게 아닙니다. 작가를 발굴·육성해 그 작가가 후대에 남겨줄 큰 문화유산을 만드는 것, 그것이 화랑의 공익적 기능입니다. 이번 KIAF 하이라이트 작가 선정도 화랑에서 발굴하고 육성한 작가를 위주로 했습니다.

현재 미술진흥법은 시행 중이지만, 그림이 팔릴 때마다 작가에게 일정 금액을 돌려주는 재판매 보상금 제도는 내후년 7월부터 시행 예정이고, 구체적 시행령은 아직 없습니다. 화랑의 공익적 기능을 제도적으로 더 확실히 뒷받침할 개선이 필요합니다. 신고제와 재판매 보상금 제도에 관한 규정은 아예 없습니다.



Q. 우리나라 미술 시장은 개인이 중심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해외와 비교했을 때 개인·법인의 수집 구조에는 어떤 차이가 있고, 이를 보완하려면 세제 지원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보십니까?

A. 우리나라는 개인이 80%, 법인이 20% 정도로 개인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반대로 서유럽이나 미국은 법인이 80%, 개인이 20% 수준입니다. 개인 중심 구조는 그만큼 시장이 불안정할 수 있습니다. 법인은 ‘환경미화비’ 명목으로 공공장소에 전시하는 1천만 원 이하 미술품만 비용 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현실과 맞지 않습니다. 특히 기부나 고가 작품 구입에 대해서는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래야 법인 수요가 늘고 시장 기반이 안정될 수 있습니다.

Q. 최근 미술 시장 흐름을 보면 MZ세대나 아이돌 스타들까지 고가 미술품을 소장하는 모습이 화제가 됩니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미술품을 소유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확산하는데, 이런 변화는 어떻게 보고 계십니까?

A. 재작년과 재재작년이 최고였다고 해요. 미술 시장이 6천억, 7천억 얘기까지 나왔는데 그 이후엔 경제 불황으로 줄었습니다. 물론 아트테크도 의미가 있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되면 제대로 된 수집과 컬렉션은 어렵습니다. MZ세대를 비롯한 젊은 층 중 투자를 목적으로 한 사람들은 많이 떠나고, 이제는 작품 자체에 대한 이해와 감상에 몰두하는 관객층이 늘고 있습니다. 경제는 불황이지만 아트페어 입장객과 입장권 판매는 계속 늘고 있고, 강습회 참여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Q. 앞으로 화랑협회와 KIAF는 어떤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인가요?

A. KIAF의 브랜드 가치가 많이 올라왔고 국제적인 인지도도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한국 미술을 알리는 대표 행사로 자리 잡을 것이고, 관광상품으로도 확장할 수 있다고 봅니다. 행사의 일환으로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씨의 연주회를 준비했고, 앞으로 관광·음식·종교 코스와 연계해 문화상품으로 발전시키는 사업도 계획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