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임죄 기소, 일본의 31배…"제도 개선해야"

입력 2025-09-02 14:03
경총, 배임죄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 발표


최근 10년간 한국에서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이 일본보다 무려 31배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계는 기업 혁신과 투자 촉진을 위해 배임죄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2일 '기업 혁신 및 투자 촉진을 위한 배임죄 제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과도한 배임죄 적용 범위를 축소해 개선하고, 가혹한 처벌 수준을 합리화하며, 합리적인 경영판단에 대해서는 죄를 묻지 않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총은 "우리 배임죄는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처벌수준이 가혹하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최근 대내외 경영환경 악화로 기업 투자 결정이 어려워진 가운데,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으로 정상적인 경영판단까지 배임죄가 적용될 수 있다는 기업 현장의 우려가 더욱 커졌다"고 지적했다.

현행 배임죄는 배임죄 구성요건이 광범위하고 모호해 '일반직원'까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고, 심지어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도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

반면 독일은 '타인의 재산을 보호할 의무가 있는 지위에 있는 자'로 범위를 구체적으로 제한하고 있어, 일반직원이 배임죄로 처벌될 가능성은 낮다.

배임 기준 역시 광범위하다는 지적이다. 배임 행위 요건이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모호하고 법원이 광범위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어 정당한 경영활동까지 배임 행위로 간주, 심지어 손해 발생 위험만으로 배임죄가 성립된다.

일본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본인(회사)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배임죄를 규정, '목적'이 있어야만 배임죄가 성립돼 한국보다 적용 범위가 좁다.

실제 일본은 최근 10년간 배임죄로 기소된 인원이 연평균 31명에 불과한 반면, 한국은 965명으로 약 31배에 달해, 인구 차이를 감안해도 우리나라에서 배임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적용된다는 것을 방증했다.

경총은 "배임 행위의 범위를 권한 없이 또는 권한을 부당하게 남용해 임무를 위배한 경우, 자기나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게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를 위배한 경우 등으로 한정하고, 손해의 개념 역시 회사에 현실적인 손해를 발생하게 한 때 등으로 명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무분별한 배임죄 고소와 고발은 기업 입장에선 리스크 요인이다. 최근 10년간 배임죄 기소율은 14.8%로 전체 사건 평균 기소율(39.1%)보다 현저히 낮다. 광범위하고 모호한 규정으로 배임죄 고소와 고발이 과도하게 남용되고 있다는 의미다.

경총은 사문화된 상법상 배임죄 폐지도 주장했다. 경총은 "상법상 특별배임죄는 특별법 우선 적용 원칙에 따라 형법보다 우선 적용돼야 하나, 실무에서는 처벌 가중을 위해 형법을 주로 적용해 사실상 사문화했다"며 "사문화된 상법상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밖에도 경총은 가혹한 배임죄 처벌수준을 해외 주요국 수준으로 완화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별법을 통해 배임죄를 가중처벌하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해,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과도한 형사처벌의 근거가 되는 특경법상 배임죄 규정의 폐지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영진이 관련 법령이 정한 적법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이익을 목적으로 경영판단을 한 경우 민사 또는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도록 규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배임죄는 기업가 정신을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오랫동안 지적받아 왔음에도 개선이 되지 못했던 문제"라며, "이번에는 반드시 배임죄를 개선해 어려운 글로벌 환경 속에서도 우리 기업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경영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