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협상이 타결 된지 한 달이 넘도록 자동차 관세율은 25%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 사이 대미 자동차 수출은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는데, 현대차그룹이 관세로 한 달에 5천억 원이 넘는 막대한 손해을 입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 나와 있습니다.
고 기자, 자동차 관세 낮추기로 해놓고 적용이 왜 이렇게 늦어지는 겁니까.
자동차가 한국의 대미 최대 수출 품목인 만큼, 이를 볼모로 잡아 3,500억 달러 투자 패키지 이행 등 남은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려는 미국 측의 의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지난 7월 말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한국산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지만 언제부터 적용할지 시점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인데요.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한 방송에서 “조속히 인하하기 위한 실무 협의중”이라며 “당초 계획대로 15%로 인하되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경우 자동차 관세를 27.5%에서 15%로 낮추는 합의 후 54일 만에 합의 관세율을 적용받았습니다. 이대로라면 한국도 늦어도 9월 24일까지는 15% 관세를 적용 받아야 합니다.
고율의 관세를 부담하고 있는데 판매 동향은 어떻습니까?
산업통상부 8월 수출입동향 통계를 보면 미국 자동차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 줄어든 15억8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다행히 유럽과 CIS 지역으로의 수출이 크게 늘면서 미국 수출 감소를 만회한 상황입니다.
현대차그룹의 8월 해외 판매량을 보면 현대차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5% 늘어난 27만8천여 대, 기아는 0.4% 줄어든 20만 9천여 대입니다.
이 자료는 유럽, 중동 등 다른 지역의 판매기록도 섞여있기 때문에 이번주에 나올 미국 판매량 자료를 봐야 정확한 추세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산업부 통계와 마찬가지로 미국 판매량은 줄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하루 빨리 적용되길 기다리고 있겠군요.
그렇습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올해 2분기 관세로 부담한 돈이 1조6천억원에 달합니다.
한 달 5,333억원 꼴인데요. 관세를 15%로 낮추면 이 손실이 3,200억원까지 줄어듭니다.
바꿔 말해 관세 인하 적용시점이 늦어지면서 한 달에 2,000억원을 더 내고 있는 셈 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시장에서 일부 연식변경 모델 중심으로 가격 소폭 올렸는데요.
다만 구식 모델의 유상옵션이 기본 제공되는 등의 사양변화가 있기 때문에 관세로 인한 가격 인상이라고 잘라 말하긴 어렵습니다.
행정명령을 통한 상호관세는 위법이라는 미국 법원의 판단이 나왔는데, 영향이 있을까요?
미국 연방항소법원이 지난달 29일 대통령 국제비상경제권한법에 근거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는 위법이라 판결했습니다.
행정부의 상고를 보장하기 위해 항소심 판결 효력은 다음달 14일까지 정지한 상태고요. 최종 판결은 연방대법원에서 이뤄질 전망입니다.
다만 자동차 관세는 무역확장법 203조가 근거라 이번 재판과 관계가 없습니다.
결국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순 없는 상황이군요. 현대차그룹의 자체적인 움직임은 어떤가요?
관세 돌파를 위해 미국 생산을 늘린다는 계획을 여러차례 밝혔지만 당장 전기차 전용 공장으로 설계된 메타플랜트아메리카 운영부터 난관에 처했습니다.
이달 말일 부로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 IRA에 따른 전기차 보조금 지급이 종료되는데요. 1천만원 가량(7500달러)의 보조금이 사라지면 전기차 구매가 더 줄 가능성이 큽니다.
현재 전기차만 생산중인 메타플랜트의 생산 차종을 하이브리드차까지 확대해야하는 상황인데요.
이에 현대차는 30년간 생산 전략을 맡아온 허태양 상무를 메타플랜트아메리카 CEO(공장장)로 선임했습니다.
허 상무는 미국내 하이브리드차 생산을 담당하는 앨바마마 공장의 생산실장으로 재직한 만큼 메타플랜트 운영에 변화가 따를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현대차는 내년부터 메타플랜트에서도 하이브리드차를 생산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고요. 상반기 72% 수준인 가동률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관세에 대응해 260억 달러 규모의 중장기적인 투자를 발표했었는데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렇습니다. 일단 현대제철을 중심으로 차량용 강판부터 미국에서 만들겠다는 투자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현지법인인 현대제철 루이지애나(Hyundai Steel Louisiana LLC)를 설립했고요.
이어 7월에는 공장 부지 선정, 8월에는 공장 주설비 입찰까지 진행해 현재 주설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산업부 고영욱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