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삼성·SK 中반도체 공장 확장·업그레이드 불허"

입력 2025-08-30 07:18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중국 공장에서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공급하며 예외적으로 누려온 개별 허가 절차 면제를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검증된 최종 사용자'(VEU) 명단에서 중국 법인인 '인텔반도체 유한공사'(다롄 소재)와 '삼성 반도체 유한공사', 'SK하이닉스 반도체 유한공사' 등 3곳을 제외할 것이라고 이날 사전 공개된 관보에서 밝혔다. 이 내용은 내달 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 관보 정식 게재를 앞두고 있다.

'인텔반도체 유한공사'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해 이 역시 한국 기업의 중국내 생산시설이다.

VEU는 별도의 허가 절차나 기간 제한 없이 미국산 장비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예외적 지위다.

미 관보는 관보 정식 게시일(미 동부시간 9월2일)로부터 120일 후부터 이 조치가 실행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 공장, SK하이닉스의 중국 우시 D램 공장과 다롄 낸드 공장은 내년 1월부터 미국산 반도체 제조 장비를 들여올때 미국 정부로부터 개별 허가를 받아야 할 처지다.

미 상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소수의 외국 기업이 중국에 반도체 제조 장비와 기술을 허가 절차 없이 수출할 수 있도록 하는 바이든 시대의 구멍을 메웠다"며 "이제 이들 (외국) 기업은 기술을 수출하기 위해 허가를 얻어야 하므로 경쟁자들과 동일한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무부는 "오늘 결정 이후 외국 소유 반도체 제조 공장은 VEU 지위를 얻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상무부는 또 "기존 VEU 기업들이 중국내 현존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수출(중국으로의 장비 반출) 허가를 할 것이나 중국내 공장의 생산 역량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를 위한 허가는 하지 않을 의향"이라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바이든 행정부 때인 2023년 발표한 반도체법 관련 '가드레일'에서 반도체법에 따른 보조금을 받는 기업(삼성·SK·TSMC 등)은 수령 시점부터 10년간 중국 등 우려국가에서 생산 역량 확장을 허용하기로 했었다. 첨단 반도체의 경우 5% 이하(웨이퍼 기준), 범용(레거시) 반도체는 10% 미만까지로 규정됐다.

이에 따라 상무부의 이번 언급이 이 정도의 제한된 생산역량 확장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취지인지 여부에 관심이 모인다.

지난 6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를 통해 이번 조치는 예고된 바 있다.

WSJ에 따르면 케슬러 상무부 차관은 6월 중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에 중국내 공장으로의 미국산 장비 반출을 제한한다는 방침을 통보했다.

케슬러 차관이 이들 세 곳의 글로벌 반도체 회사 중 VEU 지위를 보장받고 있던 삼성과 SK하이닉스에 대해서는 VEU 지위를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 내용이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중국내 생산 위축을 피할 수 없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생산 역량 확대나 기술 업그레이드가 어려워진다면 한국 기업들의 중국 공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저사양의 제품만 생산하게 될 수 있다.

현재도 삼성과 SK하이닉스의 중국 공장은 두 기업의 한국내 공장에 비해 1∼2세대 늦은 공정의 제품을 생산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개별 허가에 시간이 걸려 장비 공급이 적시에 되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 보인다.

관보에 따르면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이번 조치가 시행되면 연간 1천건의 수출 허가 신청이 추가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한대 중국과 초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맞서다가 '관세 휴전'을 연장하기로 최근 결정하는 한편, 첨단 반도체의 대(對)중국 수출 통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의 직접적인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는 완화하면서도 한국 기업들에 대해 이 같은 조치를 취하는 것은 일단 한국 기업을 통해 중국으로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이 유출될 가능성을 미연에 방지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한국의 이른바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각각 의지한다는 의미)에 대해 견제하려는 조치라는 해석도 가능해 보인다.

한편 시행까지 4개월이 남아 한미간 협상을 통해 이번 조치의 시행을 유예하거나 조정을 가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