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곧 연준 과반 확보”…지역 총재까지 바뀌나 [글로벌마켓 A/S]

입력 2025-08-27 07:52
수정 2025-08-27 07:5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대한 노골적인 개입에 나서면서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전날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 결정에 이어 12개 지역 연방준비은행 총재 인선 과정까지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연준 독립성에 대한 시장의 의문을 일으켰다. 이 여파로 단기 국채금리는 급락하고 장기 국채금리는 상승하는 등 채권시장의 긴장이 이어졌다. 뉴욕 증시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를 하루 앞두고 관망세 속 소폭 회복세를 보였다.

현지시간 26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26.62포인트(0.41%) 상승한 6,465.94, 나스닥 종합지수는 94.98포인트(0.44%) 뛴 21,544.27로 장을 마감했다.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는 135.6포인트(0.3%) 오른 45,418.07로 거래를 마쳤다.

채권시장은 연준의 단기적인 금리인하 압력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서둘러 반영하기 시작했다. 2년 만기 미 국채금리는 전날보다 4.7bp(1bp=0.01%p) 내린 3.683%를 기록했고, 반면 장기적으로 연준의 신뢰도 문제와 인플레이션 통제 등에 대한 약화 가능성으로 30년 만기 국채금리는 3.3bp 뛴 4.922%를 기록했다.

● 트럼프 “연준 곧 과반 장악”…전방위 압박 파장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리사 쿡 연준 이사 해임과 관련한 강경한 발언을 이어갔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열린 각료회의에서 쿡 이사의 해임과 관련한 법적 다툼에 대비하고 있다고 밝히면서도, “그녀는 모기지 관련 위법 행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곧 (연준 이사회의) 과반수를 확보하게 될 것”이라며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게 되는 좋은 일이 있을 것이고, 금리는 조금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미 연준 이사회는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7명으로 이 가운데 이달 사임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의 공석에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스티븐 미란이 내정되어 있다. 나머지 크리스토퍼 월러, 미셸 보우먼과 함께 리사 쿡 이사 후임까지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하면 전체 7명 가운데 4대 3으로 트럼프 영향력 아래 과반 이상의 위원이 놓이게 된다.

오전 내내 침묵하던 연준은 이날 오후 공식 성명을 내고 “쿡 이사가 법적 대응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며, “연준은 법원의 어떠한 결정이든 따르겠다”고 밝혔다. 또한 “연준 이사 긴 임기와 해임 보호 등의 장치는 통화정책을 경제 지표에 기반하도록 하는 중요한 안전 장치”라며 독립성에 대한 우려를 내놨다. 앞서 리사 쿡 이사는 공개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해임 권한이 없다"면서 "미 경제를 위한 역할을 이어가겠다"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연준 이사를 장악 뿐 아니라, 나머지 12명의 지역은행장의 선출과 재임명 등에 개입할 방법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연방기금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당연직인 7명의 연준 이사와 순서에 따라 투표권을 나눠갖는 5명의 지역 연은 총재들이 참여한다. 이 가운데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당연직 부의장으로 매 회의에 참석하고, 나머지 11명의 총재들이 3개 그룹으로 나뉘어 1년간 의결권을 행사한다.

이에 대해 라엘 브레이너드 전 연준 부의장은 “연준 독립성에 대한 전례 없는 공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고, 클라우드아 샴 전 연준 이코노미스트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암울한 날”이라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과거 1972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이 재선을 위해 아서 번즈 당시 연존 의장에게 금리 인하를 압박했던 사례가 반복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단기적인 미 증시 호황이 나타났으나,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달러 가치 폭락, 주식 시장 붕괴가 뒤따랐다.

이러한 정치적 혼란에도 불구하고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여전히 높게 점쳐진다. 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선물시장 참가자들의 약 89%가 9월 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내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하워드 러트닉, 인텔 이어 방산기업 지분 인수 가능성 시사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이날 미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 정부가 록히드마틴 등 주요 방산업체의 지분을 인수하는 방안을 국방부가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반도체 기업 인텔의 지분 약 10%를 확보한 것의 연장선에 있는 조치로, 국가 전략 산업에 대한 정부의 직접적인 통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에 해당한다. 러트닉 장관은 “록히드마틴은 매출의 97%를 정부에서 얻고 있어 사실상 정부의 한 부서와 같다”며 “조달 자금 마련 방식을 두고 심도 있는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전날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 이후 양국 기업 협력 등으로 인해 보잉이 3%, GE에어로스페이스는 1% 넘게 올랐다. 주요 미 상장 기업 가운데 미 최대 제약사 일라이 릴리는 하루 한 번 복용하는 알약 형태의 비만 치료제 ‘오포글리프론’의 임상 성공으로 5% 넘게 뛰었다. 에코스타는 미 대형 통신사인 AT&T에 주파수를 매각해 230억 달러를 확보하게 되면서 하루 만에 70% 폭등했고, 캐나다 대형은행인 몬트리올 은행은 지난 분기 조정 주단순익이 전년대비 22% 늘고, 자기자본이익률이 12%를 기록하는 호실적에 4.9% 강세를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