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분노한 사고 막으려면…"종합·전문건설 칸막이 뚜렷해야" [뉴스+현장]

입력 2025-08-26 17:41
수정 2025-08-26 17:44
최근 연이어 발생한 건설현장 산업재해 사망사고와 불법 하도급 근절을 위해서는 종합·전문 건설업 간 업역이 분명하게 나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면허만 보유했을 뿐 전문성을 갖추지 못한 종합건설업체들이 앞다퉈 전문공사 수주에 나서며 국내 건설현장의 고질적 문제인 저가 수주 경쟁과 불법 하도급을 야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호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26일 오후 서울 동작구 신대방동 전문건설회관에서 열린 '건설 미래 100년을 위한 전문건설업의 가치와 역할' 세미나 주제발표에서 "전문건설업 면허에 대한 전문성을 인정해 배타성을 강화해야 한다"며 "종합건설업은 기획과 관리·조정 위주로, 전문건설업은 해당 공종의 시공 위주로 역할을 명확히 재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부연구위원은 "전문공사를 수주한 종합건설업체의 불법하도급으로 인해 공사품질 저하 가능성이 있고, 전문건설업체의 불공정한 시장 경쟁 속에서 불가피한 저가 수주 경쟁에 내몰릴 수밖에 없다"며 "전문건설업계는 생존을 위해 비용절감을 할 수밖에 없고, 오히려 더 증액해야 할 안전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2021년부터 건설산업 생태계 개선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종합건설업과 전문건설업간 상호시장 진출을 허용한 바 있다. 이에 전문성이 없는 종합건설업체도 면허의 포괄적 범위로 인해 전문건설 업종의 공사 수행이 용이해졌다는 지적이다. 가령 '토목건축 면허'와 같은 만능 면허를 보유할 경우 전문건설업종 14개 중 11개 공사를 수행할 수 있는 구조다.

이 부연구위원은 "종합건설업체는 상호 시장 진출이 용이한 반면, 전문건설업체는 공사 수행 범위가 한정돼 있어 현실적인 진입 장벽이 존재한다"며 "종합건설업 면허의 포괄적인 수행 허용 범위를 제한하는 동시에 종합건설업 간 하도급 금지를 통해 전문건설업의 고유 영역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문성을 갖춘 중소 규모 전문건설업체가 기술력과 경험을 축적하더라도 종합건설업으로의 성장 기회가 제한되는 경직된 면허 체계의 한계점이 있다"며 "전문건설업체들이 기술력과 경영 능력을 쌓아 종합건설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건설 사다리'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한전문건설협회는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함께 이번 세미나를 공동 개최했다. 세미나에 참석한 카니사와 히로타케 일본 시바우라 공업대학 교수, 김성대 미국 테네시대 공학관리학과 교수, 브루스 총 영국 ARUP 홍콩지사 펠로우&디렉터 등 해외 전문가들은 자국의 종합-전문건설업 공생 전략을 소개하며 이 같은 국내 전문건설업계 주장을 지지했다.

맹성규 국회 국토교통위원장은 "지난 40년은 건설산업의 역사와 함께한 도전과 성취의 시간이었다"며 "오늘 마련된 세미나를 통해 건설산업의 미래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전문건설업의 역할 재정립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K건설의 지속가능한 성장환경이 조성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윤학수 대한전문건설협회장은 "기후환경 변화에 따른 탄소중립과 스마트건설의 확산이라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안전하고 품질 높은 건설현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직접시공 전문건설이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산업생태계 구축이 필수적"이라며 "건설산업이 미래 세대에게 매력적인 산업으로 자리 매김하고 국가와 지역경제 발전을 선도할 수 있도록 연구원과 함께 정책과 제도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