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내주고 ‘안보' 받나…백악관서 담판 [월가 딥다이브]

입력 2025-08-18 14:56
수정 2025-08-18 14:56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과 유럽연합의 주요국 정상들이 우리 시간으로 오늘 밤 미 백악관을 찾을 예정입니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알래스카 회담이 역사적인 진전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평화의 대가로 우크라이나 영토를 양보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뉴욕 김종학 특파원 연결합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멈추는 것이 아니라 종식하기 위한 조건들이 논의되고 있습니다. 안전 보장 조건에서 러시아측이 동의했다는 주장도 나왔다고요.


미국과 러시아의 알래스카 정상 회담 이후 구체적인 사항들이 주요 내각 인사들의 발언으로 공개되고 있습니다.

러시아와 협상을 중재해온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는 “평화 협정에 필요한 거의 모든 쟁점을 논의 했고, 큰 진전을 이뤄 곧바로 최종 단계로 방향을 틀었다”고 말했습니다.

[스티브 위트코프 / 미국 특사 "게임 체인저라고 할 만한 강력한 안보 보장에 합의했습니다. 우리는 미국이 NATO 5조 수준의 보호를 제공하는 방안에 근접할 것이라고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북대서양 조약기구(NATO) 핵심 조항인 조항 5조는 회원국이 공격을 받으면 나머지 나라가 즉각 억제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집단 방위 약속을 말합니다.

우크라이나의 NATO 가입은 러시아가 동의하지 않아 어렵지만, 그와 유사한 안보 보장은 푸틴 대통령도 동의했다는 겁니다.

이번 정상회담 직후 짤막한 회견에 그쳤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중대한 진전이 있었다”고 밝힌 뒤, 유럽연합 정상들과 중요한 하루를 앞두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정작 당사국인 우크라이나는 휴전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러시아에 상당한 영토를 양보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이 이어지는 모양이군요.


3년 반째 접어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도네츠크, 루간스크 등 동부 지역 70% 가량은 러시아에 의해 점령된 상태입니다.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들 지역을 포함한 돈바스 지방을 넘겨받는 조건으로 남부 전선인 헤르손, 자포리자에서의 공격을 멈추겠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위트코프 특사는 “러시아가 몇몇 지역에 대해 상당한 양보안을 내놨다”면서,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논의해야 할 사항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회담에 함께했던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안보 약속이 매우 큰 조치가 될 수 있다면서도, 평화 협상 타결까지 정상들의 결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마르코 루비오 / 미 국무장관 “영토 문제 같은 것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이 직접 결정해야 할 사안이며, 우크라이나 측이 동의해야 하는 문제들입니다”]

백악관으로 향하기 전 유럽연합과 공동 기자회견을 가진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유럽연합측의 입장은 강경합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어떠한 영토 양보도 없다면서 휴전 협상이 우선이라고 밝혔고,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평화가 아닌 항복을 원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원한다면 전쟁을 즉시 끝낼 수도 있고, 계속 싸울 수도 있다면서 우크라니아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열리는 이번 평화 회담에는 독일과 프랑스, 이탈리아 등 주요국 정상과 나토 사무총장 등이 함께 자리해 영토 교환에 대한 우려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협상의 돌파구도 마땅치 않아 보입니다. 현지 금융시장에서는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습니까?


미국 야간 선물 시장은 현재 평탄한 움직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알래스카 회담 이후 월가는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보다 오는 금요일로 다가온 미 연방준비제도 제롬 파월 의장의 잭슨홀 연설에 보다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아카데미증권은 지난 협상을 두고 강경 제재도 휴전도 없는 회담으로, 막후의 대규모 합의가 없다면 시장에 별다른 영향을 주기 어렵다고 진단합니다.

큰 움직임이 없는 위험자산과 달리 에너지 가격은 이번 회담 직후부터 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회담 전 러시아산 원유 수입국에 2차 제재를 부과하겠다던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필요도, 러시아 제재를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발언한 것도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에너지 관련 분석기관인 ICIS는 이번 회담 진행 상황을 따라 원유 가격은 다소 관망세를 보인 뒤 이후 하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지금까지 뉴욕에서 전해드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