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년 반 가까이 이어져 온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만났지만, 이렇다 할 구체적인 해법을 내놓지 못한 채 회담을 마무리했다.
현지시각 15일,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엘멘도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서 열린 이번 정상회담은 약 2시간 30분간 이어지며 역대 최장 시간 대면 협상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회담 직후 열린 공동 기자회견은 두 정상이 준비된 발언만 낭독한 채 질의응답 없이 8분 만에 끝나, 구체적인 성과는 없었음을 시사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먼저 "회담은 매우 건설적인 분위기에서 유익하게 진행됐다"고 평가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평화의 길을 마련하기로 합의했다"고만 언급했을 뿐 합의의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그는 발언 대부분을 양국 간 무역 등 사업 협력 가능성을 언급하는 데 할애했다.
뒤이어 발언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역시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가졌으며, 어느 정도 진전을 이뤘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다만 "합의를 완전히 매듭지을 때까지는 거래는 없을 것"이라며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결과를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번 회담은 시작부터 파격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활주로에서 만난 두 정상은 미소를 지으며 악수를 나눴고, 미 공군의 B-2 전략폭격기와 전투기 편대의 축하 비행 직후 미국 대통령 전용 차량인 '더 비스트'에 보좌관 없이 단둘이 탑승해 회담장으로 향했다.
그러나 당초 예정됐던 양국 대표단과의 확대 오찬은 별다른 설명 없이 취소됐고, 곧바로 짧은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이번 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과 스티브 위트코프 특사가, 러시아 측에서는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유리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이 각각 배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2018년 헬싱키 정상회담 이후 약 7년 만에, 그리고 10여 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땅을 밟았다. 그는 이번 회담을 통해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되었던 입지를 전환하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담에 앞서 유럽 동맹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 점령지역 등 일부 영토 교환 등을 포함해 지나치게 많은 것을 양보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한편, 기자회견 말미에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영어로 "다음엔 모스크바에서 보자"고 제안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흥미로운 제안”이라면서도 “약간 곤란해질 수도 있겠지만, 가능할 수도 있다"며 여지를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