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도 못했는데"…매일 출근하는 '가짜 사무실' 인기

입력 2025-08-12 16:17


중국에서 취직하지 못한 젊은이들이 회사에서 일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게 사무실 공간을 제공하는 '가짜출근 회사'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보도에 따르면 가짜출근 회사는 구직자나 소규모 창업자, 프리랜서 등을 겨냥한 일종의 공유오피스 서비스로 지난해부터 베이징, 상하이, 선전, 우한, 청두 등 중국 전역의 주요 도시에 등장했다. 일부 가짜출근 회사는 자리가 모두 차서 대기 명단까지 생겼다.

가짜출근 회사는 일반적인 회사의 사무실처럼 공간을 꾸며놓고 일하는 데 필요한 각종 시설을 제공하는 대가로 보통 하루에 30∼50위안(약 5천800∼9천700원)을 받는다. 점심이나 간식, 음료 등을 제공하는 곳도 있다.

가짜출근 회사를 찾는 사람 중 상당수는 학교나 가족에게 '직장에 다니는 척'을 하러 오는 사회초년생들이다.

지난해 대학을 졸업했지만 아직 정규 일자리를 찾지 못한 탕샤오원(23)씨도 올해 초 상하이의 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에 한 달간 자리를 빌려 '출근한 척'했다. 그가 졸업한 학교는 졸업 후 1년 안에 취업하거나 인턴십 활동을 했다는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졸업증서를 주기 때문이다.

탕씨는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에서 찍은 사진을 학교에 제출하고 남은 시간에는 웹소설을 써서 용돈을 벌었다.

둥관에서 가짜출근 회사 사무실을 운영하는 페이위(30·가명)씨는 이용자의 60%가 창업자나 원격근무자 등 프리랜서이지만 나머지 40%는 최근에 대학을 졸업하고 학교에 낼 인턴십 활동 자료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안정적인 고급 화이트칼라 직업을 갖는 것'을 최고로 치는 중국 사회에서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청년들의 좌절감이 가짜출근 사무실의 유행에 반영됐다고 짚었다.

샹뱌오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사회인류학연구소장은 "가짜출근은 전통적 사회 체계에 수용되지 못해 좌절감과 무력감을 느끼는 젊은이들이 주류사회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자기 공간을 확보하려 찾아낸 일종의 보호막"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