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개봉한 웹툰 원작 영화 '좀비딸'과 '전지적 독자 시점'(전독시)이 흥행 면에 있어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좀비딸'의 누적 관객 수는 9일 기준 302만6천530명(9일 기준)을 기록해 개봉 11일 만에 300만명을 넘겼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뒤 일주일 만에 손익 분기점인 220만명을 돌파했고,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지키는 중이다.
반면 지난달 23일 개봉한 '전지적 독자 시점'은 상영 일수가 보름을 넘겼는데도 같은 날 기준 누적 관객 수 103만1천520명에 그쳤다. 이민호·안효섭 등 유명 배우들을 대거 캐스팅해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치곤 실적이 저조하다.
'전지적 독자 시점'의 손익 분기점은 600만 명이라 현재 추세라면 제작비 회수조차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두 영화는 웹툰과 웹소설 원작이 큰 인기를 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동명 웹소설이 원작으로, 웹소설·웹툰의 글로벌 누적 조회 수가 25억 회에 달하는 슈퍼 IP로 꼽힌다. 2020년부터 연재된 동명 웹툰은 네이버웹툰 판타지·무협 장르 1위, 수요웹툰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좀비딸'은 2018∼2020년 연재된 웹툰으로, 연재 당시 목요일 연재작 최상위권 자리를 지켰다. 현재도 완결작 주간 인기 2위다.
원작이 모두 흥행작인 두 작품이 극장에서 상반된 성적을 거둔 가장 큰 이유로는 각색이 꼽힌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영화로 만들며 서사와 캐릭터 설정을 크게 바꿨다.
하얀 솜털로 인해 복슬복슬한 외관이라고 묘사됐던 도깨비 비형은 매끈한 형태로 바꿨고, 이순신을 배후성(작중 후견인 설정)으로 두고 '칼의 노래'라는 기술을 쓰는 이지혜(지수 분)에게 칼 대신 총을 쥐여줘 논란이 됐다.
10년 넘게 인기 없는 웹소설을 홀로 읽던 주인공 김독자(안효섭)는 영화에서는 악플을 다는 독자가 됐다.
반면 영화 '좀비딸'은 웹툰을 그대로 옮겨 온 것과 같은 높은 싱크로율(일치율)이 화제가 됐다.
할머니 김밤순(이정은)은 노란 조끼와 동그랗게 묶은 헤어스타일, 표정까지 웹툰 캐릭터와 똑같다. 노란 고양이 애용은 원작 못지않게 영화에서도 비중이 크다.
영상화 과정에서 각색이 필요하긴 하지만 핵심 캐릭터나 이야기를 바꾸면 기존 독자들은 원작에 대한 존중이 부족한 것으로 여길 수 있다고 웹툰 업계 관계자는 지적했다.
한 웹툰 제작사 관계자는 "원작 웹툰 팬들은 기존 캐릭터성(性)을 건드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며 "(각색하면서) 캐릭터를 너무 많이 바꾸게 되면 반발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2시간 안팎으로 이야기를 압축해내야 하기에 판타지 장르의 방대한 세계관을 소화하기엔 적합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전지적 독자 시점'은 웹소설 본 편만 552회, 외전도 300회가 훌쩍 넘는 대작이다. 이를 영화로 압축하면서 이야기와 설정 상당 부분이 잘려 나갔고, 미완에 가까운 서사로 마무리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면 '좀비딸'은 웹툰 분량이 총 89화로 짧다. 원작의 상당 부분도 좀비로 변한 딸 수아(최유리)가 학교에 다니거나 산책하는 장면 등 일상적인 내용이라 영화로 표현하기 무리가 없다.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원래 판타지 웹툰은 장르 특성상 실사화가 쉽지 않다"며 "최근에는 인기 판타지 웹툰을 (실사 영상이 아닌) 애니메이션으로도 확장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