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할머니, 20년 혼자 살았는데...HIV 감염 '발칵'

입력 2025-08-07 06:44
수정 2025-08-22 16:53


국내 80대 노인이 의학계를 놀라게 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 판정을 받아서다. 이는 전 세계적으로 80세 이후 나이에 진단 사례가 많지 않다. 심지어 노인은 사별 후 20년간 성관계도 없었고, 병원 진료도 거의 받지 않았다고 한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AIDS·에이즈)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HIV 바이러스 감염자가 면역 결핍이 심해져 합병증이 생기면 에이즈 환자가 된다. 국내 HIV 감염인은 20∼40대가 8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젊은 층에 집중돼 있다.

의료진은 최신호 논문에서 지난해 림프종에 따른 항암제 치료를 위해 시행한 혈액검사에서 HIV 양성으로 최종 진단된 노인의 사례를 7일 국제학술지 '임상 사례 보고'(Clinical case reports)에 보고했다.

HIV 감염 경로는 그야말로 미스터리다. 노인은 20여년 전 배우자가 심장질환으로 사망한 후 시골에서 줄곧 홀로 살아왔고 이후 성관계는 없었다고 한다.

배우자는 심장 질환으로 대학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여러 차례 시술과 검사를 받았던 터라 진단되지 않은 HIV 감염 가능성은 작았다고 가족은 주장한다.

더욱이 노인은 림프종 진단을 받기 전까지 감염 경로가 될 수 있는 수술이나 입원은 물론 수혈, 주사 약물 사용, 침술, 문신 등의 경험도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의료진은 이미 수년 전에 HIV 감염이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했다. 노인의 혈액 내 면역세포(CD4) 수가 많고, 바이러스 농도가 높기 때문이다.



의료진은 노인의 감염 경로보다 고령자에 대한 HIV 진단이 부재한 현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은 논문에서 "고령자의 성생활을 배제하거나 HIV를 노인의 질환으로 보지 않는 편견이 진단 지연의 큰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 "사회적 고립과 낮은 건강정보 이해력도 진단이 늦어지는데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고령자에게서도 임상 상황에 따라 HIV 검사가 반드시 고려돼야 하며, 특히 사회적 취약성이 중첩된 노인의 경우 선제적인 검진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