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10곳 중 6곳 신사업 ‘엄두도 못 내’

입력 2025-08-04 12:02
수정 2025-08-08 13:16
주력제품의 시장상황.. ‘성숙기(포화)’ 54.5%, ‘쇠퇴기(감소)’ 27.8%


국내 제조업의 구조적 한계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주력제품의 수명은 다했지만, 자금과 아이디어, 확신 모두 부족해 신사업 전환은 제자리걸음이다. 업계는 규제 강화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며 정부에 실효성 있는 투자 장려책을 촉구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186개 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82.3%가 자사의 주력제품이 이미 성숙기이거나 쇠퇴기에 접어들었다고 응답했다. 공급과잉, 수요 위축, 기술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이 겹치며 상당수 기업들이 '레드오션에 갇혔다'고 체감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정작 이를 타개할 신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 중이라는 기업은 10곳 중 4곳(42.4%)에 불과했고, 절반이 넘는 57.6%는 "진행 중인 신사업이 없다"고 답했다. 아이템 부족, 자금난, 시장 불확실성 등 '삼중고'가 기업의 미래 전환을 가로막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신사업 미추진 사유로는 ▲경영상황 악화(25.8%) ▲신사업 확신 부족(25.4%) ▲신사업 아이템 부재(23.7%) 등이 지목됐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자금 조달 문제와 판로 확보, 전문인력 부족까지 겹쳐 대응 여력이 더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업들이 신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독자적인 개발 방식을 선호하고 있었다.

현재 신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을 대상으로 신사업 추진형태를 조사한 결과, '자체 연구개발(R&D)'이라고 답한 기업이 62.9%로 가장 많았고, '외부와의 협력(Collaboration)'을 통해서 추진한다는 기업은 27.7%, '인수합병(M&A)'이라고 답한 기업은 4.1%로 적었다.

상의는 "포화 시장에 갇힌 제조업체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려면 기업의 초기 리스크를 정부가 분담하는 방식의 정책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선투자와 긴 회수기간이 필요한 첨단산업 분야는 법인세 공제 환급제 도입 등 보다 과감한 인센티브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또한 지역 제조업 클러스터에 ‘AI 특구’를 지정해 데이터 축적, 기술 실증이 가능한 환경을 조성하고, 장기적 자금지원이 가능한 펀드 조성을 통해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자는 제언도 나왔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팀장은 “레드오션에 놓인 제조업에 미래 먹거리를 찾으라는 주문만 있을 뿐, 이에 걸맞은 정책적 뒷받침은 부족하다”며 “이제는 규제 강화보다 ‘기업 활력 회복’에 방점을 찍은 투자 장려책으로 중심축을 옮겨야 할 때”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