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는 아쉽다"…2.5% 관세 우위 날아가

입력 2025-07-31 17:53
수정 2025-07-31 20:59
한국산 차 관세 15%...일본·유럽 동일
사실상 자유무역협정 무관세 혜택 상실
현기차, 가격 경쟁력 약화...관세비 축소
철강 50% 고관세 유지...내수 반등 관건

미국이 일본과 유럽연합에 이어 한국산 자동차를 대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하면서 한미 자유무역협정, FTA 프리미엄이 사실상 사라졌습니다.

2.5%의 차 관세 우위가 날아가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을 비롯한 국내 완성차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 약화도 불가피해졌습니다.

취재 기자 연결해 들어보겠습니다.

배창학 기자, 이번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최악은 피했지만 석연찮다는 여론이 지배적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번 한미 간 관세 협상이 마무리되면서 우리나라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 관세가 25%에서 15%로 완화됐습니다.

무역 경쟁국인 일본, 유럽연합과 같은 관세를 부과 받게 됐지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그간 한미 자유무역협정 즉, FTA에 따라 자동차 품목의 경우 무관세 혜택을 누리고 있었습니다.

관세율이 0%였던 우리와 달리 일본과 유럽연합은 2.5%의 관세 비용을 지불했습니다.

2.5%라는 관세 우위 속에 현대자동차와 기아를 비롯한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전 세계 최대 규모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입지를 넓혔습니다.

하지만 당장 내일(1일)부로 2.5% 관세 우위가 날아가면서 가격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해졌습니다.

이에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오늘(31일) 한미 관세 협상에 관한 브리핑에서 차 관세율을 콕 집어 아쉬운 마음이 든다고 밝혔습니다.

협상 과정에서 일본과 유럽과 동일하게 관세율은 12.5%p 완화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 원칙'을 고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2.5%의 관세 우위가 날아간 점에 대해서는 "지난 4월부터 벌어진 전 세계적인 관세전으로 FTA 자체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으로 "판이 뒤바뀌었다"라고 전했습니다.


결국 2.5%의 관세 우위는 사라졌는데요.

국내 완성차 업계에 어떤 파장이 예상됩니까?


정부는 25%였던 대미 수출 1위 품목인 자동차의 관세를 경쟁국과 동일 선상에 놓았다는 점에서 다행이라는 반응을 내놓았습니다.

기존보다 관세 여파가 줄겠지만, 국내 자동차 업계는 여전히 관세에 따른 직격타를 맞을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347억 달러, 우리 돈 48조 원을 웃돌았는데, 유럽과 일본을 잇는 3위 규모였습니다.

한국 전체 대미 수출 기준으로는 약 27%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경쟁국 대비 관세 부문에서 우위가 있다는 점을 활용해 해마다 대미 수출을 확대한 것이 주효했습니다.

하지만 2.5% 관세 우위가 날아가면서 국내 기업들은 앞으로 가격 경쟁이 어려워졌습니다.

실제로 현대차의 아반떼와 소나타는 동급 경쟁 모델보다 5% 가까이 저렴했지만, 이번 관세 적용으로 격차가 대폭 좁혀지게 된 겁니다.

다만 관세율이 직전 25%에서 15%로 떨어지면서 현대차와 기아의 비용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증권가에서는 관세율 25%가 적용되면 올해 현대차, 기아의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4조 9,000억 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 바 있습니다.

15% 적용 시 비용은 약 3조 2,500억으로 줄어들면서 숨쉴 틈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입니다.


그렇다면 철강은 어떻습니까?

철강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일본, 유럽연합과 동일하게 50% 관세 부과가 유지되는데요.


철강의 경우 일본과 유럽연합을 따라 50% 고관세 부과가 유지됩니다.

차와 달리 경쟁국과 조건은 같지만 실낱 같은 희망을 붙잡던 철강업체들은 실망한 분위기입니다.

다만 철강의 경우 차와 비교해 대미 수출 비중이 낮고 오랜 기간 불황을 겪던 내수 실적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무적입니다.

동시에 철강기업들은 관세를 피하기 위한 현지 생산 공장 설립에 속도를 내며 기민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일례로 현대제철과 포스코는 8조 5천억 원을 투자해 내년 미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제철소를 착공할 예정입니다.

또 무관세 수혜국으로 미국에 인접한 캐나다와 멕시코 기업과의 합작을 통한 관세 회피 방안도 논의 중에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올해 들어 중국산 철강에 대한 반덤핑 관세 조치를 본격화하고 조선, 건설 등 후방업도 선방하면서 수출 부진이 일부 상쇄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포스코는 컨퍼런스 콜을 통해 “내년 초까지 50% 고관세가 부과될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전체 판매량 가운데 미국향 비중이 2%에 불과한 만큼 현지 공장이 가동될 때까지 다른 곳으로 물량을 돌리면 된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보도국에서 한국경제TV 배창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