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vs 파월…"이 분위기 도대체 뭐지"

"금리를 낮춰줬으면 좋겠어요"

2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준비제도(Fed) 본부를 방문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과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이 어떤 말을 하면 비판을 멈추겠느냐'는 질문에 파월 의장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며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연준 본부를 찾은 공식적인 이유는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연준 본부 청사 개·보수 공사 현장을 둘러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외신은 이날 방문의 숨은 의미에 주목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만남을 "리모델링 현장을 방문하기 위한 트럼프의 방문은 중앙은행에 대한 (금리인하) 압력을 강화하기 위해 설계된 것처럼 보였다"고 평가했다. CNBC도 해당 리모델링 공사는 최근 트럼프의 파월 비판의 초점이 되고 있다고 짚었다.

공사 현장용 안전모를 쓴 채 취재진 앞에 나타난 트럼프 대통령은 파월 의장과 어색한 분위기 속에 대화를 이어갔다.

그는 파월 의장 앞에서 "내가 여기 와서 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는 바로 예산 초과 문제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라며 "예산이 약 31억달러(4조 2585억원) 정도인 것 같다. 27억 달러였던 게 31억달러가 됐다"고 지적했다.

파월이 트럼프의 공사비 증액 주장을 검증하자, 트럼프는 정장 재킷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파월에게 건넸고 파월은 안경을 쓰고 그 종이를 살펴보는 모습도 포착됐다.

난감한 순간이 이뿐만이 아니었다.

공사비 증액 지적이 나오자, 현장에서 '건물 비용 초과가 파월을 해임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 질문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은 "그것을 이 범주(해임)에 넣고 싶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또 다른 취재진은 '앞으로도 파월 의장의 사퇴를 계속 압박할 것인가'에 대해 질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니다. 그런 압박은 안 한다. 그의 임기는 곧 종료된다"며 후임으로 2∼3명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답했다.

또 "난 그가 늦었지만 옳은 일(금리인하)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를 끝내 거부할 경우 해임할 생각이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대통령이 연준에 직접 간 사례는 거의 없을 정도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역대 미국 대통령은 연준의 독립성과 통화정책의 중립성을 존중하는 의미에서 연준 방문을 가급적 피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4.25∼4.50%인 미국의 기준금리를 1%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연준은 오는 29일부터 이틀간 금리를 결정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CNBC는 시장 참가자 대부분은 연준이 다음 주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하지만, 9월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으며 올해 말까지 한 번 더 인하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