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1일(현지시간) 미국 민권운동의 상징인 마틴 루서 킹 주니어 목사(1929∼1968) 암살 사건과 관련된 연방수사국(FBI) 기록 23만여 쪽을 공개했다.
털시 개버드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성명을 통해 "우리나라의 역사에서 이 중대하고 비극적인 사건에 대한 완전한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우리의 임무에서 어떤 돌도 뒤집어보지 않은 상태로 두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공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취임 직후 서명한 행정명령에 따른 것이다. 그간 법원의 명령으로 봉인돼왔던 자료들이 대상이다.
이번 공개 자료가 킹 목사의 삶과 죽음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밝혀내게 될지 현재로선 분명하지 않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킹 목사 유족들은 FBI가 킹 목사를 감시하며 수집한 성적 일탈 의혹 관련 내용에 대중의 관심이 집중될 것을 우려했다고 미국 언론들이 전해졌다.
킹 목사의 자녀인 마틴 루서 킹 3세(67)와 버니스 킹(62)은 성명에서 "이번 파일들은 그 역사적 맥락 안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투명성과 역사적 책임성에 대해서는 지지"하지만 부친이 남긴 공적에 대한 공격 소재가 될 가능성은 우려한다고 밝혔다.
킹 목사는 1968년 4월4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분리주의자(인종차별주의자)였던 제임스 얼 레이(복역 중 1998년 사망)의 총격을 받아 숨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시절부터, 기밀 분류된 킹 목사와 존 F. 케네디(JFK) 전 대통령, 로버트 F. 케네디(RFK) 전 법무장관 관련 기록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공약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JFK 암살 관련 기록들을 공개했고 4월에는 RFK 기록 일부를 공개했다.
그러나 AP통신은 공개 시기 측면에서 모종의 다른 '속내'가 있을 가능성을 지적했다.
성범죄를 저지른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사망)과 관련한 자료 은폐 의혹에 트럼프 지지층이 분노하고 있어 이를 완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8일 법무부에 엡스타인의 연방 대배심 증언을 법원 승인에 근거해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엡스타인 자료 전면 공개에는 못미치는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