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출범 후 코스피 '불장'이 이어지자 안전자산인 금에 대한 관심이 식고 있다.
글로벌 증시 전반에 '타코(TACO·트럼프는 항상 겁먹고 물러난다는 뜻) 트레이드'로 불리는 위험자산 선호 추세가 강한 와중에 중국발 금 수요가 둔화해 두 달 넘게 수익률이 제자리를 맴돌고 있어서다.
22일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 자료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1일부터 21일까지 KRX 금시장에서 총 159억원 상당의 금을 순매도했다.
21일에는 하루에만 111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개인투자자들은 KRX 금시장에서 작년 3월 이후 15개월 연속 순매수 행진을 이어왔는데 이러한 흐름이 끊어졌다.
작년 4월부터 올해 6월까지 개인이 순매수한 금은 1조4천660억원에 이른다. 이에 힘입어 KRX 금시장은 올해 상반기 거래량이 37.3t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개인은 미국 대선을 앞둔 작년 10월 1천513억원을 순매수한데 이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 무역상대국을 대상으로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인 올해 3월 한 달 새 3천288억원을 순매수하며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로는 4월 436억원, 5월 906억원, 6월 607억원 등으로 순매수 규모가 크게 줄었고 이달 들어는 매도 우위로 전환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는 국제 금 시세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작년 말 온스당 2천600달러대 초반이었던 국제 금가격은 올해 4월 22일 기준 온스당 3,487.94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소폭 하락하더니 횡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달 21일 기준 국제 금 시세는 온스당 3,369.86달러 수준이다.
KRX 금시장의 1kg(킬로그램) 금지금(순도 99.5% 이상의 금괴) 평균 가격도 1g당 15만400원으로 두 달여 전인 4월 말(15만1천800원) 당시와 거의 동일한 가격대에 그치고 있다.
최진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가격이 횡보하기 시작한 이유는 2024년부터 상승을 주도했던 중국의 매수 둔화에서 찾을 수 있다. (주체는) 바로 중국 개인 투자자들"이라고 짚었다.
중국 개인투자자들은 올해 상반기 금현물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63t에 이르는 금을 매입했다. 그러나 부가가치가 창출되지 않는 금에 개인자금이 유입되는 모습을 본 중국 정부 당국이 5월부터 단속을 강화하자 상승세가 멈췄다는 것이다.
비트코인과 은, 백금 등으로의 자금 이탈도 금 가격 상승세 둔화를 부추겼다.
반면 지수가 46개월 만에 3,200선을 회복하자 주식 시장에는 투자금이 몰려들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 대기 자금인 투자자예탁금 규모는 작년 말 54조2천427억원에서 이달 18일 기준 65조3천644억원으로 반년여 만에 20.5% 늘었다.
같은 기간 '빚투' 규모를 보여주는 지표인 신용공여 잔고는 15조8천170억원에서 21조7천479억원으로 37.5% 늘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