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유명 기업들이 잇따라 인력 감축에 나서는 가운데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한 감원 규모가 기업이 밝힌 것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미 경제 매체 CNBC 방송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들은 주식 시장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경제 지표가 좋은데도 대규모 감원을 단행하고 있다. 이것은 결국 AI 도입에 따른 것인데도 기업들은 이를 직접적 감원 이유로 밝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IBM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5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200명의 인사팀 직원이 해고돼 AI 챗봇으로 대체됐다"고 했고, 핀테크 기업 클라르나도 AI 도입으로 "회사 직원 수가 약 5천명에서 3천명으로 줄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나머지 다른 많은 기업은 '재편성', '구조조정', '최적화' 같은 표현만 사용해 AI의 존재를 숨기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버드대 크리스틴 잉 교수는 "우리가 지금 목격하는 것은 공개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AI 주도의 인력 재편성"이라며 "'우리는 AI로 사람을 대체한다'고 말하는 기업은 극히 드물지만, 사실상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인력 관리 기업 앳워크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제이슨 레버런트도 "많은 기업이 완곡한 표현을 보호막처럼 사용한다"며 "AI 도입에 따른 감원을 인정하는 것보다 운영 전략의 일환으로 포장하는 것이 훨씬 낫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잉 교수는 기업들이 AI 도입으로 인한 감원을 대놓고 밝히지 않는 것에 대해 "전략적"이라며 "AI로 인한 대체라고 말하면 직원이나 대중, 심지어 규제 당국의 반발을 살 수 있다. 애매하게 말하면 내부 사기와 기업 이미지 관리에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위험 회피' 측면도 있다. AI가 기대만큼의 성과를 못 낼 수도 있어서다.
인력 아웃소싱 기업은 코넥스트 글로벌의 테일러 고처 세일러 부사장은 "최근 감원의 배경에는 확실히 AI가 있다"면서도 "하지만 기술이 예상보다 덜 효과적이라는 것을 깨닫고 많은 기업이 후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AI가 전체 프로세스의 70∼90%는 자동화할 수 있지만, 마지막 10%는 여전히 인간의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라며 "AI가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조용히 외주를 주거나 해외 인력을 채용해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 고용주 중 41%가 향후 5년 내 AI 자동화로 인해 인력을 줄일 계획인 것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의 미래 직업 보고서에 나타났다. AI 기업 앤스로픽 최고경영자(CEO) 다리오 아모데이는 자사 모델인 클로드 등 생성형 AI가 초급 사무직의 절반을 대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