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호우가 쏟아진 지난 19일 아침, 경남 산청군 산청읍 부리마을에 사는 20대 여성 A씨는 쏟아지는 빗소리에 일찍 잠이 깼다.
자신의 방에 머물던 오전 10시께 갑자기 지축이 뒤흔들리는 듯한 굉음이 들리더니 무언가 집에 쾅 하고 부딪혔다.
과거 지진이 났을 때도 진동을 느끼지 못했는데, 이번엔 천장이 움직이는 게 보일 정도로 집이 흔들렸다.
창문 밖을 바라보니 산에서 쏟아져나온 토사가 물밀듯 마을로 내려오고 있었다.
마을 곳곳은 이미 침수됐고 각종 자재는 물론 소까지 떠내려오는 처참한 광경이 보였다.
A씨 집은 사방이 토사에 파묻히고 침수돼 혼자서 탈출조차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와중에 주변 주택들은 토사와 부딪힌 충격에 1∼2분 만에 무너져 내렸다. 이에 A씨는 머릿속이 하얘졌다. 자기 집도 주변 주택들처럼 붕괴될 것만 같았다.
집안에 고립된 와중에 다행히 아침 일찍 출근한 아버지가 119에 대신 신고해 구조대원들이 현장에 도착했다.
구조대원들은 침수 때문에 정문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대신 토사가 쌓인 경로를 타고 집 뒤로 돌아와 정오를 넘은 시점에 A씨를 구조했다.
이후 A씨는 친척 집을 찾아가 머물고 있다.
A씨는 "소리 지를 시간도 없이 우리 집만 남고 주변 나머지 집들이 모두 무너졌다"며 "집안에 갇힌 상황에서 밖을 바라보니 산봉우리 하나가 없어진 상태였다"고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이어 "너무 놀랐고 아직 이런 일이 나에게 벌어졌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며 "마을 주민들이 다수 실종됐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너무 안타깝고 무사하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