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1,000만 시대, 은행권이 국내 시니어층을 겨냥한 '신탁업'을 키우고 있습니다.
부동산 같은 실물 자산을 연계한 상품부터, 유언대용신탁, 금 실물 신탁 상품까지 출시하면서 시니어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모습입니다.
경제부 김예원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김 기자, 시중은행들이 새롭게 신탁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고요?
네, 우선 신탁은 말 그대로 돈을 믿고 맡긴다는 의미인데요.
금융 상품으로 보면, 금전, 부동산, 증권과 같은 재산을 은행 같은 전문가에게 맡겨 관리하도록 하는 것을 말합니다.
최근에 은행권이 출시한 건 대표적으로 유언대용신탁이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유언장을 대체할 수 있는 신탁 계약인데요.
생전에 신탁 계약을 체결하고 자산을 맡기면 사후에는 해당 계약 내용에 따라 미리 지정한 수익자에게 재산이 분배되는 방식입니다.
5대 은행이 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데요. 잔액이 2022년 말과 비교해 올 상반기 83%나 급증했고요. 올해는 4조 원을 돌파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은행권은 가입 최소 금액을 낮추면서 손님 모으기에 나섰습니다.
KB국민은행은 최소 가입 금액을 10억 원에서 1천만 원으로 100분의 1수준으로 대폭 낮췄고요.
농협과 우리는 5천만원, 하나와 신한은 금액 제한 없이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는 고객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8월 중으로 이를 1천만 원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실물 금을 맡기면 운용해주는 상품도 출시한다고요?
네, 하나은행이 지난달 선보인 금 실물 신탁 서비스인데요.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순금 보유량이 약 800톤에 달합니다.
갖고 있으면 언젠가 이득을 보게될 것이란 생각에 금을 보유만 하고 있는거죠.
이러한 문제 의식에서 하나은행은 금 실물을 은행을 통해 안전하게 처분할 수 있는 상품을 선보였는데요.
현재 지점 두 곳에서 시범 운영 중인데, 출시 초반부터 하루 평균 30건의 상담이 몰리고 있다고 하고요.
8월 중에는 금 실물을 은행에 맡기면 일정 기간 운용 후 만기에 금 실물과 운용 수익을 지급하는 상품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신탁상품들도 다변화되는 것 같습니다. 은행들이 신탁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가 뭡니까?
원래 신탁은 부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는데요.
이제는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면서 재산 관리 수단의 하나로 자리잡았단 평가입니다.
지난 2020년 수탁고 규모가 1,000조원을 돌파한 이후 매년 지속 성장해왔습니다. 올해는 1,40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성장성이 높다는 거고요.
은행별로 별도의 신탁계약에 따라 보수를 결정해 받는데요.
수십년간 자산별 포트폴리오에 맞게 장기 운용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선 안정적인 수익 창출이 가능하고요.
또, 금리 인하기인 만큼,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요한 은행들에겐 중요한 수익원이기도 합니다.
실제 지난해 홍콩 H지수 ELS 사태로 주춤했던 5대 은행의 신탁 손익이 올해 1분기 6%가량 늘며 회복세로 접어들었습니다.
강력한 대출 규제 등으로 이자이익 확대가 어려워진 만큼, 은행들은 신탁업에 더욱 눈을 돌리는 모습입니다.
우리나라가 주요국들에 비해 신탁업이 잘 발전하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지 않습니까?
네, 맞습니다. 국내 신탁고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는 추세지만, GDP 대비 비중은 타국에 비해 월등히 낮은 상황입니다.
그간 국내 신탁은 ETF, ELS 같은 금융상품 판매 목적의 금전신탁과 부동산 신탁 중심으로 성장해왔습니다. 실제 부동산과 금융상품 판매가 80% 넘게 차지하는데요.
은행권은 제도적 한계 때문이라고 지적합니다.
특히 현재 신탁가능재산은 7종으로 한정돼 있는 것을 문제로 꼽는데요.
금융위는 지난 2022년 신탁업 혁신 방안을 통해 금전, 증권, 부동산 관련 권리 등으로 한정된 것에 채무, 담보권 등을 포함해달라고 요청했는데요.
이런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된 상황입니다.
미국은 가상자산, 미술품, 동물 등 재산적 가치가 있으면 신탁이 가능하다는 원칙을 적용하고 있다고 하는데요.
신탁가능재산을 확대해 다양한 재산을 종합적·적극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신탁 본연의 기능이 활성화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네, 잘 들었습니다.
영상편집: 정지윤, CG: 김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