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o Interview | 바이올리니스트 윤참인 & 피아니스트 전현정
경기도 양수리의 한적한 국수교회 콘서트홀. 이른 여름 햇살이 창가를 스치고, 무대 위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윤참인과 피아니스트 전현정이 나란히 앉아 있다. 두 연주자는 다가올 두 개의 특별한 무대를 위해 호흡을 맞추는 중이다. 2025년 7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나눌락에서 열리는 더하우스콘서트 ‘여름의 제전’, 그리고 7월 2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개최될 듀오 리사이틀이 그것이다. 이들은 국내에서 좀처럼 접하기 힘든 고난도 레퍼토리를 통해 깊은 울림과 신선한 음악적 경험을 관객에게 선사할 예정이다.
윤참인은 러시아와 유럽을 중심으로 활동해온 바이올린 영재 출신으로, 모스크바 국립음악원 졸업 후 미국 인디애나 음대에서 전액 장학생으로 수학 중이다. 130회 이상의 연주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왔다. 전현정은 섬세한 터치와 깊이 있는 해석력으로 관객과 진심으로 소통하는 피아니스트다. 국내외 주요 콩쿠르와 무대를 거쳐 연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졌으며, 현재는 대학 강의와 연주 활동을 병행하고 있다.
이번 인터뷰는 두 사람이 함께 리허설을 준비하는 현장을 찾아, 음악에 대한 열정과 서로에 대한 신뢰, 그리고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을 가까이에서 담았다. 이들의 음악적 대화가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로 완성되어 가는지, 그 특별한 순간들을 따라가 본다.
Q. 이번 듀오 리사이틀, 어떻게 함께 준비하게 되었나요?
윤참인: 2년 전 전현정 선생님과 듀오 연주를 했을 때 음악적 소통이 무척 좋았어요. 그 기억이 오래 남았고, 이번에는 그때의 좋은 감정을 다시 이어가고 싶어 함께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전현정: 맞아요. 그때 인문학 콘서트에서 처음 윤참인님을 만났는데, 단 한 번의 협연이었지만 감정의 결이 정말 잘 맞았어요. 이번 무대는 단순한 재회가 아니라, 그 감정의 흐름을 더 깊이 나누는 여정이에요. 젊은 친구와 함께하는 만큼 에너지는 조금 부족하긴 하지만, 저에게는 좋은 자극이자 큰 기회입니다.
Q. 연주 프로그램이 쉽지 않은 작품들인데, 어떤 기준으로 선곡하셨나요?
윤참인: 제 프로그램은 하차투리안, 프롤로프, 바르톡, 프랑크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어요. 특히 하차투리안 소나타는 한국에서 흔히 접하기 힘든 곡인데, 표현력과 리듬감이 생동감 있게 어우러진 작품이에요. 프롤로프의 곡은 거슈윈 오페라의 주제를 바탕으로 재즈적 즉흥성이 강한데, 저에겐 새로운 도전이기도 했죠.
전현정: 저는 미국 유학 시절 마지막 박사 리사이틀에서 거슈윈의 Rhapsody in Blue를 연주했었어요. 클래식과 재즈의 경계를 넘나드는 작품을 공부하면서, 그 자유로움과 에너지에 매료됐죠. 프롤로프의 Porgy and Bess 환상곡은 그때의 감정을 다시 깨우는 곡이에요. 또 라흐마니노프 협주곡 1·2·3번을 모두 연주한 경험이 있어서, 러시아 정서에 대한 이해가 하차투리안 해석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Q. 연주자로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무대는요?
윤참인: 5살 때 모스크바 국립 음악원 그랜드홀에서의 연주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관객과 호흡을 맞추며 음악이 살아 움직이는 순간이 정말 황홀했어요.
전현정: 처음 미국에 갔을 때, 여름 케네디 센터 밀레니엄 스테이지에서의 공연이 잊히지 않아요. 전 세계에서 온 연주자들과 무대에 섰고, 저는 바르톡의 ‘불가리아 리듬에 의한 댄스’를 연주했죠. 실내와 야외의 경계가 허물어진 무대였고, 1,000명이 넘는 대부분 미국인 관객 앞에서 연주하는 그 떨림과 설렘은 특별했어요. 공연이 끝난 뒤, 한 미국인 관객이 다가와 조용히 건넨 진심어린 한마디가 저에게는 커다란 자신감을 심어줬고, 결국 다시 미국 유학을 결심하게 만든 계기가 되었습니다.
Q. 서로의 음악적 파트너로서 느끼는 점은 무엇인가요?
윤참인: 전현정 선생님은 음악에 대한 철학이 깊은 분이에요. 함께 리허설을 할 때마다 새로운 해석을 발견하게 되고, 그 감정의 결을 제 연주 안에 녹이게 됩니다.
전현정: 참인 선생님은 표현이 굉장히 자유롭지만 동시에 절제의 미학을 알고 있는 연주자예요. 그녀의 바이올린 소리를 들으면, 음악이 가진 본질적인 감정이 어떻게 터져 나오는지를 직접 체감하게 되죠. 그래서 이 무대는 단지 '합을 맞추는 연주'가 아니라, '함께 숨 쉬는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Q. 이번 무대를 통해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요?
윤참인: 다양한 나라를 여행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셨으면 해요. 아르메니아의 열정, 미국 재즈의 생동감, 루마니아 민속의 생명력, 프랑스의 철학적 깊이까지, 음악을 통해 함께 경험해보시길 바랍니다.
전현정: 음악은 삶을 해석하는 언어라고 생각해요. 이번 무대는 그 언어를 함께 나누는 여정입니다. 우리의 감정과 삶이 녹아든 음악 속에서, 관객 여러분도 각자의 이야기를 이어가시길 바랍니다.
더하우스콘서트 ‘여름의 제전’ 공연은 7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나눌락에서 열리며, 네이버 '나눌락 블로그'를 통해 예매할 수 있다. 전현정·윤참인 듀오 리사이틀은 7월 28일 서울 금호아트홀 연세에서 개최되며, 예매는 '금호아트홀 연세'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