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기아, '한국형 험비' 뜬다…1.4조 영국 군용차 입찰 [방산인사이드]

입력 2025-07-07 16:00
수정 2025-07-09 10:22
영국 국방부, 12월 1일 군용차 교체 사업 공고
12개 차종·차량 1400대 전력화...1.4조원 규모
"소형 전술차 KLTV로 사업 입찰 참여 예정"
타스만·수소 ATV 등 군용차 풀라인업 구축

국내 최대 군용차 생산업체인 기아가 ‘한국형 험비’ KLTV를 주력으로 국내에 이어 해외에 진출합니다.

한국경제TV 취재 결과 기아는 1조 4천억 원 규모의 영국 군용차 교체 사업 입찰에 참여해 유럽에서 연이어 수주고를 올리겠다는 구상입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 나와 있습니다.

배 기자, 영국 사업의 입찰 시점은 언제쯤입니까?


영국 군 당국에 따르면 영국 국방부는 오는 12월 1일부터 영국군의 군용차 교체를 위한 사업을 공고하고 입찰을 받습니다.

내년 중 우선 협상 대상자를 선정하고 이어 최종 사업자를 정합니다.

계약 기간은 2027년 5월 1일부터 2033년 4월 30일까지로 총 6년입니다.

계약 규모는 7억 5천만 파운드로 우리 돈 약 1조 4천억 원에 달합니다.

영국군은 1940년대부터 랜드로버의 군용차를 주로 타고 있습니다.

특히 랜드로버 대표 모델인 ‘디펜더’의 전신 ‘시리즈 1’의 경우 6·25 전쟁에 참전해 국군의 발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수차례 성능 개량을 하며 수명을 늘렸지만 도입한 지 80년이 지나 더 이상 운용하기 어려워졌는데요.

그래서 기존 차들을 12개 차종의 신차 총 1,400대로 바꾸는 군용차 현대화 사업을 추진하게 된 겁니다.

우리 군 당국 관계자는 한국경제TV에 "영국이 지난 1월 기아를 포함한 국내외 업체들에게 입찰 참여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기아도 '한국형 험비’로 불리는 소형 전술차, KLTV를 앞세워 입찰에 참여할 것 같다"라며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에 기아 관계자는 "현재 시점에서는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라고 전했습니다.

기아는 9월 영국에서 열리는 국제 방위산업 전시회 'DESI 2025'에 개별 부스를 설치, 운영하고 KLTV 실물을 전시하는 등 본격적인 세일즈 활동을 할 계획입니다.


뚜껑을 열어봐야 알겠지만 기아가 경쟁하게 될 기업들도 만만치 않은 상대들인데요.

랜드로버뿐 아니라 지프도 있고 얼마 전에는 폭스바겐마저 군용차를 다시 만들겠다고 공식 발표했는데요.

기아의 경쟁력이 어느 정도일까요?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기아의 군용차들은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운용되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소형 전술차 KLTV인 K-151 ‘현마’가 있습니다.

미군의 주력 군용차 ‘험비’와 유사한 생김새로 유명한데 뛰어난 가성비에 눈여겨보는 국가들이 많습니다.

사양별로 액수 차이가 나지만 풀옵션 격인 방탄 개조형은 험비 가격의 절반 수준입니다.

성능의 경우 기동성에 방점을 찍은 차량답게 엔진의 출력인 마력과 시간당 최고 속도가 험비보다 20%나 높고 빠릅니다.

지난해 단종된 기아의 오프로드 SUV ‘모하비’ 프레임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을 탑재했고 군용 맞춤형으로 튜닝된 엔진도 장착했습니다.

우리 군은 이른바 '군토나'로 알려진 군용 레토나인 K-131을 신형인 K-151, 즉 KLTV로 바꾸고 있는데요.

총 1만대의 KLTV가 전력화될 예정입니다.

외국군들도 KLTV를 향해 러브콜을 보내고 있습니다.

기아는 칠레와 같은 남미, 나이지리아와 말리 등 아프리카,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동에 이어 K방산의 큰손인 폴란드와도 KLTV 공급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특히 폴란드와는 지난 2023년 KLTV 400대 납품을 골자로 한 4,000억 원 규모의 계약을 맺으며 군용차 선진 시장인 유럽에서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기아는 폴란드에 이어 영국에서도 KLTV로 쾌거를 거둬 현지에서의 입지를 다지겠다는 방침입니다.


기아가 최근 들어 군용차 사업에 힘을 주는 모습인데요.

군용차가 승용차나 상용차만큼 돈이 되는 시장인 건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당장은 승용이나 상용만큼 아니겠지만 나중에는 군용도 큰 수익을 벌어다 줄 가능성이 큽니다.

그래서 기아를 포함한 완성차 업체들도 현재보다 미래를 보며 투자를 하고 있는 건데요.

실제로 시장 조사 기관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군용차 시장 규모는 최대 64조 원을 웃돕니다.

2030년대에는 90조 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되면서 해마다 5% 넘게 성장할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양산되어 노후화된 군용차들의 교체 시기가 도래하면서 세계 각지에서 교체 사업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기아가 국내에서 해외로 자연스레 눈을 돌리게 된 이유입니다.

기아는 1973년 방위산업체로 지정된 국내 최대 군용차 생산업체로 휴전국에서 50여 년 간 실전 운용을 한 점에서 높은 평가롤 받고 있습니다.


당장 영국만 해도 12종의 차종을 구매한다고 하는데요.

KLTV 말고 다른 차량들도 있습니까?


KLTV를 이을 주력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건 기아의 브랜드 첫 픽업트럭인 타스만입니다.

기아 특수사업부에 따르면 타스만은 레저 차량으로 출시됐지만 연구 개발 단계부터 군용으로 혼용될 수 있게 만들어졌습니다.

타스만은 지휘관이 탑승하는 차량으로 쓰일 수 있는데 하반기 튀르키예, 폴란드, 영국 등이 여는 국제 방산전에서 각각 전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어 올 연말에는 우리 군의 전술지휘차량 도입 사업을 놓고 KGM의 렉스턴과 처음으로 수주전을 벌일 것으로 보입니다.

기아는 또 수소연료전지를 동력원으로 하는 현대차 넥쏘 플랫폼 기반의 친환경 군용차 수소 ATV도 내세우고 있습니다.

수소 생태계를 조성 중인 슬로베니아 군이 구매를 검토 중으로 오는 10월 현지에서 개최되는 국제 방산전에서도 공개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내수 군용차만 공급하던 업체가 수출 군용차도 납품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는 변곡점에 서게 된 만큼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전망입니다.


산업부 배창학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