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상호관세 유예 시한을 약 일주일 앞두고 대상국을 향한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에서 워싱턴DC로 돌아오는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유예 기간 연장을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9일부터 각국에 상호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그는 일본을 예로 들며 "우리는 (관세 협상에서) 합의를 할지 확신을 못하겠다. 일본과 합의를 할지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은 매우 완고(very tough)하다"며 "매우 잘못 길들었다(very spoiled)"고 비난했다. 이는 '오냐오냐했더니 버릇이 잘못 들었다'는 뉘앙스를 담은 표현이다. 상대방에 대한 결례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발언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의도적인 것으로 보인다.
앞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 소셜에 일본을 콕 집어 같은 표현을 썼다.
그는 "여러 나라가 미국을 대하는 데 있어 얼마나 잘못 길들었는지 보여주기 위해(To show people how spoiled Countries have become)"라며 일본을 사례로 지목했다.
그동안 '아첨 외교'라는 비아냥까지 감수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돈독한 관계를 맺으려 했던 일본으로선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여기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노림수가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30억달러에 달했던 대일(對日)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일본과의 관세 협상에서 미국산 쌀과 자동차의 수입을 요구해왔다. 특히 쌀 문제와 관련해 "그들(일본)은 우리의 쌀은 안 사가면서도 엄청난 쌀 부족을 겪고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로 일본에선 작황 부진 등으로 최근 쌀값이 두 배 이상 뛰었으며, 정부의 비축미 방출에도 품귀 현상이 빚어져 사람들이 쌀을 사기 위해 줄을 길게 서는 장면도 연출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시게루 총리가 낮은 지지율 속에 오는 20일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관세 협상에서 양보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짚었다.
일본은 그러나 쌀 수입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대로 '완고한' 입장이다. 집권 자민당의 지지기반인 '농심(農心)'을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하야시 요시마사 관방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표현이 전해진 뒤에도 "우리는 농업 부문을 희생하는 어떤 일도 할 생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앞서 영국·캐나다 등으로부터 얻어냈던 '양보'를 일본에서도 얻어낼지는 미지수다.
(사진=연합뉴스)